“수입업자들이 물량을 많이 달라고 해서 놀랐어요. 한국에 와서 한우 맛을 본 사람들이 한국산 고기를 찾는다고 하더군요.” 내년 5월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지위 획득을 앞두고 판로 개척을 위해 최근 중국과 홍콩을 방문한 김태준 횡성축협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구이용 일본 와규가 홍콩에서 ㎏당 20만원(소매점 기준)에 팔리지만 1++급 한우 가격은 ㎏당 12만원 선이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며 “한우가 이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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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와 수입 소고기는 비대체 관계

지난 7월 말 한우의 ㎏당 가격은 1만2687원(도매 기준)을 기록했다. 수입 소고기는 통관가격으로 ㎏당 5620원이었다. 수입 소고기보다 두 배 이상 비싼 한우의 시장점유율은 47.4%. 2010년 구제역 파동으로 42%대로 떨어졌던 점유율이 회복세로 당당히 돌아선 것이다. 이 기간 수입 소고기 가격이 ㎏당 5404원에서 5620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한우의 시장점유율 회복에는 거의 변수가 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입 소고기 가격과 관계없이 한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났을 뿐이란 설명이다.

안동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재개방을 논의할 때 우려된 한우와 수입 고기 간의 완전대체 관계는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교차탄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차탄력성은 한 상품의 가격 변화가 다른 상품의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서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만일 수입 대상 국가가 늘어나도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산 소고기의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김홍국 하림 회장)이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우가 40%대 점유율에서 보이는 5% 안팎의 변동성은 외국산 소고기의 영향이 아니라 한우의 수급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란 설명이다. 이형우 농업관측센터 한·육우 담당 연구원은 “한우 가격과 소비량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농가의 사육 마릿수”라고 말했다. 2010년과 2011년에 국내산 소고기 점유율이 떨어진 것은 당시 발생했던 구제역으로 국내산 소고기 출하량이 일시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사육 마릿수가 늘자 점유율은 다시 회복됐다.

고급 고기로 굳어진 한우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한우산업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보면 한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만족지수는 243.6을 기록했다. 호주산(147.9)이나 미국산(101.8) 소고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맛의 차이는 한우 자체의 특별한 함유 성분에서 나온다. 이일규 농협중앙회 한우팀장은 “한우는 ‘마블링’이라고 불리는 근내지방이 잘 형성돼 있고,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우 전국한우협회장은 “도축 후 진공포장을 한다고 해도 긴 수송시간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지는 외국산이 소를 잡은 뒤 7일이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한우와 같은 맛을 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건강기능성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월하다. 최창본 영남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한우에는 뇌혈관과 심혈관 질환의 원인 물질인 ‘LDL’ 수치를 감소시키는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한우의 불포화지방산 함량 대비 올레인산 비율은 평균 44.30%로 미국산(41.03%), 호주산(36.77%)보다 높았다. 또 한우에는 비타민A와 비타민E 성분이 수입 소고기보다 2~3배 많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저가 국내산은 경쟁관계

하지만 중등급 이하 국내산 소고기는 시장 개방의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팀장은 “양지와 불고기 등 중저가 한우 고기와 품질이 떨어지는 국내산 육우(젖소)는 수입 소고기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등심 안심 채끝 등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구이용 부위를 제외하면 수입 고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젊은층의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저가 시장에서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의 인기가 국내산 육우를 추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중저가 국내산 소고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협회장은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에게 요청해 국회 식당에 7월1일부터 국내산 소고기를 사용토록 했다”며 “이 같은 소비 촉진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도 “정부와 민간 식자재 기업들이 군과 학교 급식에 국내산 중저가 소고기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