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멈칫할때…M&A 나선 강심장들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머뭇거리는 와중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다른 회사 지분을 사들이거나 해외 법인을 세워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장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타법인출자증권및주식취득결정’ 공시(상대방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취득공시는 제외)를 한 상장사 중 취득 금액이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의 5% 이상인 회사는 총 27곳이다.

원료의약품업체 화일약품의 지분 취득을 결정한 크리스탈지노믹스처럼 동종업계 회사 중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을 노리는 상장사도 있고 와이엠씨와 같이 중국 법인을 세우고 자금을 투자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한 곳도 있다. 노바엘이디 지분을 추가 취득한 제일모직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실탄을 쏜 경우다.

대다수 상장사들이 웅크리고 있는 시기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경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상장사들이 과욕을 부려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인지 돈을 꾸준히 버는 상태에서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 살펴야 할 것은 상장사의 현금 창출 능력을 볼 수 있는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보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이 실제 회사에 들어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7곳 가운데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이면서 2분기 영업이익을 낸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의 휠라코리아 삼립식품 아남전자 CJ헬로비전 제일모직 동국실업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마이크로컨텍솔루션 파트론 등 코스닥상장사 6곳 등 총 12곳이다.

추가로 검토할 만한 것은 투자 대상 회사가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다. 투자 대상 법인이 신생 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타법인출자증권및주식취득결정’ 공시 하단의 ‘발행회사의 요약재무상황’과 ‘상대방에 관한 사항’ 항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안테나 전문업체인 파트론은 지난 7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카메라모듈업체 한성엘컴텍을 오는 12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성엘컴텍은 지난해 매출 1228억원, 순손실 452억원을 냈다. 파트론은 감자 등을 통해 한성엘컴텍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지만 ‘2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해외 법인을 신규 설립하는 경우에는 진출국 시장의 성장성과 고객회사 등을 정확히 파악해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와 함께 중국 법인을 설립한 자동차 부품주나 삼성전자를 따라 베트남에 진출한 스마트폰 부품주처럼 본사 연결 실적에 톡톡히 기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인을 설립해놓고 사업이 잘 안 돼 청산한다는 공시도 심심찮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