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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9~10회 7월 3~4일 오후10시

다섯 줄 요약
민준국(정웅인)은 무죄판결을 받고 나온 뒤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수하(이종석)를 만난다. 수하는 민준국을 향해 칼을 겨누지만, 장혜성(이보영)이 몸으로 막아 살인은 피하게 된다. 장혜성의 수술이 무사히 끝난 것을 확인하고, 수하는 조용히 떠난다. 차관우(윤상현)는 뒤늦게 민준국의 실체를 알고 국선변호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1년 후, 장혜성은 안이하게 국선변호를 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민준국의 왼손이 발견되고, 현장 증거 및 정황상 수하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된다. 그러나 수하는 기억상실로 장혜성을 알아보지 못한다. 장혜성은 차관우와 함께 국민참여 재판에서 수하의 무죄를 주장하며 변호를 펼친다.

리뷰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시즌2를 시작했다. 16부작으로 기획된 이 드라마는 정확하게 중반이 지나자, 마치 그동안 던진 주사위에서 나오지 않았던 숫자를 보여 주듯이 새로운 전개를 펼친다. 이는 달콤한 로맨스에서 벗어나 스릴러의 외투를 입은 모습뿐만 아니라 속도감 있는 전개, 내레이션, 그리고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형식까지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9회의 첫 장면은 입원실에 누워있는 장혜성(이보영)의 모습과 함께 “어쩌면 막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라는 그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다시 시간은 3일 전으로 되돌아가고, 수하(이종석)와 민준국(정웅인)의 긴박한 대결까지 순식간에 몰아치고 난 뒤, 장혜성의 목소리로상황이 정리된다. 그리고 갑자기 1년이라는 시간이 점프하자, 이번에는 민준국의 잘린 왼손이 발견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수하가 나타난다. 기억상실이라는 새로운 반전과 함께.

이어서 마치 대구를 이루기라도 하는 듯, 10회는 수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인해 속마음이 곳곳에서 들리긴 했지만, 이는 다르다. 장혜성과수하의 정리된 내레이션은 극 중간에 쉼표를 찍고, 물음표를 넣고, 호흡을 조절하는 등 넘친다 싶을 정도로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본격적인 미스터리 스릴과 재판 과정을 펼치면서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님 가교 역할로 선택한 일시적인 방법이었는지는 끝까지 지켜봐야지 알 것 같다.

재판은 첨예한 심리 드라마다.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진실 앞에서 검사와 변호사는 각자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끝까지 주장하며 판사와 배심원들을 설득한다. 장혜성은 합리적 의혹을 하나의 전략으로 사용하고, 검사는 예상했다는 듯이 반박하자 공평하게 양쪽으로 나눠가던 공이 검사 쪽으로 기울어버린다. 그 순간 장혜성은 또다시 갈등한다. 유죄를 인정하고 형을 감량하느냐,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진실을 외치느냐. 세상에 정의가 있다면 진실은 밝혀지고, 법은 이에 대한 처벌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장혜성은 10년 전, 불꽃놀이 사건의 범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했다. 그래서 “법으로 널 지키겠다”고 장담했지만, 그녀 스스로도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애처로운 모습 앞에서 법이 얼마나 정의로운 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재판에서는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품을 의혹, 즉 합리적 의혹으로 갈등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드라마적인 설정만 집중하다가 시청자들의 합리적 의혹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민준국의 왼손이 절단 된 채 발견되었지만, 어디에서도 살인의 흔적은 없다. 사체가 발견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정황 상으로 살인, 그것도 토막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는 기정사실이 되었고, 수하는 살인자로 기소되어 재판을 하는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영화 〈의뢰인〉처럼 사체는 없지만, 현장에서 흘린 다량의 피로 사망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정황은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또한, 민준국의 손이 발견된 뉴스가 나오는 순간 이 모든 상황이 그가 치밀하게 꾸민 음모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제작진은 한발 더 나아가 미스터리의 재미를 배가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장혜성의 마지막 대사는 예상 가능한 부분이라 한껏 부풀어 오른 풍선의 공기가 살짝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판은 증거 확보와 심리전이고, 드라마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인생이다. 이제 절반의 고지를 넘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증거 확보를 마친 상태다. 앞으로 장혜성과 민준국과 수하와의 풀지 못한 숙제와 심리전이 남아있다.

수다 포인트
- 회전문에서 처연하게 우는 이보영. 우는 모습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 LTE급으로 달라진 이종석의연기. 어디서 연기 잘하는 마법의 약이라도 먹고 왔나봅니다.
- 실내 낚시터의 등장에서는 영화 〈신세계〉, 사체는 없지만 모든 정황으로 용의자가 된 상황은 영화 <의뢰인>이 떠오르는 건 오버인가요?

글. 박혜영(TV 리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