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51세'…공장이 늙어간다
충남 대산산업단지에 있는 대기업 계열 석유화학 기업인 A사. 8명으로 이뤄진 공정관리 담당 분임조의 평균 나이는 43세다. 입사 2~3년차인 20대 ‘막내’ 두 명을 제외하면 평균 연령이 48세로 치솟는다.

창원 등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플랜트 업체인 H사의 생산직 평균 연령은 51세다. 경기 침체로 수주가 예전 같지 않은데 생산성 대비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 수익성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한국 제조업 공장이 급속히 늙어가고 있다. 철강 조선 기계 화학 섬유 등 전통 제조업종 공장에서는 40~50대 근로자가 주력 부대 역할을 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의 생산직 평균 연령은 48세, 현대중공업은 45세에 이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39.9세로 올해 말이면 40대에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37세에서 38세로 오르는 데 5년 걸렸지만 38세에서 39세는 2년 만에 도달할 정도로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조사에서는 작년 기준으로 섬유(42.7세) 철강(42.3세) 조선(42.2세) 기계(41.2세) 업종 근로자 평균 나이는 이미 40대에 들어섰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본부장은 “사무직 등을 빼고 생산직만 따로 분류하면 훨씬 높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젊은이들이 지방 공장 근무를 꺼리는 데다 경직된 노동 규제 탓에 기업도 신규 채용을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노동전문가들은 생산 현장의 급속한 고령화를 방치하면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령화로 인건비 부담은 커졌는데 생산성이 그만큼 뒤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칫 산업 전체가 활력을 잃어버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임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를 조기에 도입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