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 박두병·친형 용성 이어 대한상의 '3父子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이 21대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됨에 따라 두산가(家)와 상의의 남다른 인연이 관심을 끌고 있다.

두산그룹에서만 박 회장 삼부자를 포함해 4명의 상의 회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두산에서만 상의 회장을 20년가량 맡았다.

박 회장의 부친인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은 6년간 상의 회장(6~7대)을 지냈다. 그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창이던 1967년 취임, 1973년 타계할 때까지 상의를 이끌었다.

상의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박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박용만 회장의 형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2000년 17대 상의 회장에 취임, 5년 넘게 일했다.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정부에 날카로운 비판을 마다하지 않아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 회관 신축을 주도했지만 형제간 갈등으로 완공 전에 상의 회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앞서 전문경영인인 고 정수창 두산 회장도 1980~1988년(10~12대)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다. 그는 동양맥주 평사원으로 시작해 두산그룹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두산에서 상의 회장이 많이 나온 것은 그룹의 역사가 깊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재계 순위 12위(자산 기준·공기업 제외)인 두산그룹은 1896년 8월1일 서울 종로4가에 세워진 ‘박승직상점’에서 출발했다.

올해로 창립 117년을 맞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박승직 씨의 아들이 박두병 회장이다.

대한상의의 시작은 18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상인에 맞서 서울 상인들이 만든 한성상업회의소가 대한상의의 모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1954년 5월 취임한 이중재 회장을 초대로 친다. 이 회장은 취임 3개월 후 재무부 장관에 임명돼 회장직을 거의 수행하지 못했다. 3~5대 회장은 한국 증권업의 거목인 송대순 전 대한증권업협회장이 맡았다. 전후 한국에서 증권시장을 육성하고 외자 도입의 물꼬를 튼 인물로 꼽힌다.

1988년 13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은 2000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서울올림픽 특수와 외환위기 등을 겪었다. 직전 손경식 회장은 2005년부터 8년여간 상의를 원만하게 이끌어오다 CJ그룹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 9일 물러났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