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것은 아수라장…누가 지지하겠나"
민노총·비정규직 노조에 각계 비판 쏟아져
현대차 시위 참여 대학생 "희망버스가 절망만 남겼다"

“죽봉과 쇠파이프로 무장한 이들이 남의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폭력을 휘두르는 무법천지다.”(A기업 임원)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폭력 시위를 벌인 희망버스 시위대에 각계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계는 시위대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공권력을 질타하면서 주동자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위대 내부에서도 폭력 시위를 주도한 세력을 비난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22일 경찰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20일 폭력 시위는 ‘사내하청대책위원회’란 외부 연합조직이 주도했다. 이 조직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나아가 사내하도급법 폐지를 목표로 지난 4월 결성됐다. 참여 단체는 70여곳으로 대부분 좌파 노동단체다. 주요 참가 단체를 보면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시위를 주도했던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와 2010년 현대차 울산1공장 점거를 주도한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추진위원회’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 현장투쟁위원회’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 등이다.

이들 단체는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이번 울산 폭력 시위를 사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30~40명 단위로 구성된 이른바 ‘만장대’(죽창선봉대) 5~6개조가 돌멩이, 볼트, 빈 소화기 통을 투척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폭력 시위를 벌였다는 점에서다. 울산3공장 담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밧줄 등도 미리 준비했다. 경제계는 이번 시위가 노동법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제3자 개입’을 통해 개별 기업의 사내 하도급 문제를 정치·사회 이슈로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박종갑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개별 노사문제에 외부 세력인 희망버스가 개입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희망’이란 이름으로 사전에 기획된 폭력 시위는 오히려 국민에게 절망감만 안겨줬다”고 꼬집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폭력 시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희망버스에 참가했던 학생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의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게시자는 “대기업의 횡포에 힘들어하는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한 촛불시위 정도로 생각하고 울산으로 갔는데 대나무로 현대차 펜스를 쑤시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고 적었다. 그는 “지금 생각해 보면 희망버스가 절망만 남겼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판에는 “이런 식의 희망버스라면 시민의 지지는 고사하고 조합원 지지조차 받지 못할 것”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도 “내가 본 것은 희망이 아닌 아수라장, 쓰레기장이었다”는 비난 글이 올라왔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희망버스는 과격버스이자 테러단체”라고 꼬집었다. 남 교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답시고 폭력을 행사하는 건 노사관계를 더 악화시킨다”며 “공권력도 불구경하듯 방치하지 말고 단호하게 법과 상식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최진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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