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한화생명에 33억원의 사망 보험금 신청이 접수됐다. 40대 여성 안모씨가 “동생이 갑자기 죽었다”며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다. 관련 서류는 한화생명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IU)에 넘겨졌다. 경력 15년 이상인 베테랑 경찰 출신으로 구성된 SIU 직원들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뇌출혈로 집에서 쓰러졌다는 고인에게는 생전에 고혈압 같은 지병이 없었다. 보험에 가입 후 39일 만에 사망한 점도 이상했다. SIU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세 달 가까이 잠복과 탐문 조사를 벌였다. 결국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라는 게 밝혀졌다. 가족 등과 짜고 노숙자를 살해한 뒤 안씨의 동생이 죽은 것처럼 꾸민 자작극이었다.

SIU 직원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모두 합쳐 501명에 이른다. 자동차 사고 등 보험사기 빈도가 높은 손보사에 332명, 생보사에 169명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화재 61명, 현대해상 52명, 삼성생명 46명, LIG손해보험과 동부화재 각각 40명 순으로 많다. SIU 직원들은 경찰과 달리 수사권이 없어 눈치와 의심만으로 보험사기를 가려내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경찰 출신을 선호하고 있다. 생보사의 경우 SIU 직원의 70% 이상이 전직 경찰이다.

SIU는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례를 가장 먼저 포착해 감독당국과 수사기관에 알리는 업무를 맡는다. SIU를 통한 보험사기 적발 실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인천 한화생명 보험조사실장은 “강제 수사 권한이 없다 보니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고객들에게도 협조와 양해를 구하면서 어렵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9년 마련한 보험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 합동 보험범죄 전담 대책반’을 설치했다.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