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속력내는 中 서부대개발…균형개발로 빈부격차 해소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 이어 산시성의 시안(西安)을 방문해 관심을 모았다. 한국 대통령들은 방중 때 전통적으로 상하이를 방문했기에 이번 시안 방문은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왜 하필 시안일까. 답은 서부대개발에 있다.

#서부개발 전진기지는'시안'

중국은 2000년 1조1206억위안을 투자하는 서부대개발 계획을 발표해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서부개발은 중서부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동부연안의 자본을 연계해 대륙의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의 21세기 주요 국가전략 사업이다. 그런데 바로 시안이 서부대개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안은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나라를 비롯해 무려 13개 왕조의 수도였으며 옛 지명은 장안(長安)이다. 지금도 진시황릉과 병마용 박물관, 화청지 등 옛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중국의 서부대개발 계획은 시안의 화려한 과거를 되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부대개발이란 말 그대로 중국 서부지역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경제개발을 말한다. 서부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그만큼 서부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안을 비롯한 서부지역의 도시와 촌락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낙후돼 있다.

서부지역은 충칭 직할시와 쓰촨·구이저우·윈난·산시·간쑤성, 닝샤·시짱(티베트)·신장·네이멍구 자치구를 총괄하는 686만㎢의 광대한 지역이다. 대한민국 면적이 9만㎢, 남북한을 합쳐도 21만㎢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이 얼마나 넓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인구도 한국의 7배가 넘는 3억6221만명에 달한다. 석유 매장량은 중국 전체의 41%에 달하고 천연가스 매장량도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1인당 GDP는 전국 평균의 66.3%, 동남부 해안지방의 4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발전은 뒤처져 있다.

#내륙 개발은 신성장 모멘텀

1949년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을 물리치고 중국 대륙의 주인이 된 후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걷게 됐다. 사회주의는 개인의 사유재산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 체제로 운영된다. 계획경제의 비효율성 때문에 중국 경제는 침체했고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그렇듯 중국도 오랫동안 가난에 허덕였다.

하지만 1976년 마오쩌둥이 죽고 난 뒤 정권을 장악한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체제의 비효율성을 뼈저리게 실감했던 사람이다. 실용주의자였던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념이나 혁명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였다. 그는 1978년부터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해 서방국가에 닫아 걸었던 문을 활짝 열고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라는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도입해 개혁을 추진했다.

그런데 거대한 중국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무리여서 실험적으로 몇 군데를 경제특구로 만들어 개발하도록 했다. 남쪽 해안도시들인 광둥성의 선전·주하이·산터우, 푸젠성의 샤먼 등이 첫 번째 경제특구들이다. 이후 상하이와 톈진·칭다오 등 중국 동해안 지방의 해안도시들로 개발 대상이 확대됐다. 이렇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간 빈부격차가 발생했다. 동남부 해안지방은 선진국 부럽지 않을 정도의 부를 누리게 된 반면 서부 내륙지방은 여전히 가난한 상황이 유지된 것이다.

특히 중국은 56개 민족이 공존하면서 잠재적인 민족 갈등 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에 갈등과 분열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서부대개발은 바로 이 지역 간 빈부격차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정책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서부대개발은 2050년까지 반세기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성장 가속도 붙는 서부지역

서부지역의 천연가스를 상하이까지 연결하는 ‘서기동수(西氣東輸)’, 수력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동부 연안지역에 보내는 ‘서전동송(西電東送)’, 양쯔강 수로를 황허로 연결하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칭하이성과 티베트를 잇는 1118㎞ 고원철도 칭짱철도(靑藏鐵道), 환경보호를 위해 농지에 나무를 심는 ‘퇴경환림(退耕還林)’ 등이 구체적인 개발 내용이다.

초기에는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주민 대부분이 경제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이 작고, 도로·통신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 대신 굳이 미개발 지역에 투자하려는 기업도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 지역에 대규모로 돈을 투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들도 서서히 이 지역에 진출해 공장을 건설하고 사람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개발 노력에 최근 서부지역의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상위 10개 지역 중 7개가 충칭·쓰촨성 등 서부 지역의 성급 행정구역들이었다. 시안이 있는 산시성도 5위에 올랐다. 충칭·쓰촨·산시성 3개 지역의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은 125~151%에 달한다. 자연스레 기업들의 진출도 늘어나고 동남부 해안도시들과의 빈부격차도 완화될 것이다.

박병종 한국경제신문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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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들, "中 서부대개발 우리도 동참"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시안 방문을 계기로 한국 기업의 중국 서부대개발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서부는 성장잠재력이 무한한 곳으로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서부대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속속 서부대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6월 30일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6월 30일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반도체 공장 설립에 70억달러를 투자하는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가 베이징 4공장을 서부에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충칭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칭은 혼다 등 세계 유수의 완성차 공장이 둥지를 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가 2011년 3공장을 건설, 시험 가동 중인 곳이다. 연 30만대 공장이 충칭에 들어갈 경우 현대모비스는 물론 1~2차 협력업체 30여곳이 함께 진출하게 돼 파급효과가 크다.

포스코는 중국 서부지역에 자동차 강판공장 및 가공센터 추가 설립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충칭 자동차 클러스터’를 주목, 지난해 연 12만 규모의 가공센터에 이어 추가 가공센터 및 강판공장 건립을 저울질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1억달러를 투입, 중국 현지 기업인 시노펙과 충칭에 석유화학 섬유공장을 건설하는 등 중국 서부지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대거 중국 서부대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서부대개발이 중국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되면 이 지역의 인구 증가는 물론 경제발전에 따른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동부연안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도 외국계 기업의 서부지역 투자를 이끄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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