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경쟁하는 대기업 수출경쟁력 떨어져
"춘삼월 호시절 끝났다"…경쟁력 키우기 나서야

증권팀 = 경제 및 금융 전문가들은 23일 엔·달러 환율 100엔 돌파를 앞두고 우리나라 경제가 맞닥뜨리게 될 영향에 대해 다각도의 손익 분석과 함께 정부와 기업의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엔화 약세와 동반 진행되고 있는 원화 약세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속성과 강도 면에서 앞선 엔저 현상이 국내 기업과 증시에 가시적인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과도한 환율 변동성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 대책뿐 아니라 그간 고환율의 단물만을 빨아들였던 우리 기업들이 변화된 환경에서 경쟁력을 키우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100엔이 한국 정부가 나서야만 하는 임계치는 아닐 것이다.

엔저가 단기적이라면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등을 통해 단기적 변동성을 줄이면 된다.

그런데 추세가 오래간다면 국내 기업들이 노력해야 한다.

과거 몇 년간 일본 기업이 힘들었을 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했던 노력을 우리가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환율은 정부가 나서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개방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너무 좋은 환율 환경에서 경쟁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동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워낙 엔화가 고평가됐었고, 원화가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하면 한국 증시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일단 일본에서 돈이 풀리면 글로벌 유동성은 늘어나겠지만 이 돈이 우리나라 증시로 들어올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또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 주식시장도 악영향을 받는다.

환율전쟁이라는 것은 이익이 상충돼 서로 비난하고 공격하는 상황인데 지금 선진국들은 다 같이 돈을 풀고 있기 때문에 환율전쟁이 아니라 '환율 레이스'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 규모가 작은 신흥국이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브릭스 등 신흥국도 예전만큼 성장세가 빠르지 않아 돈이 몰릴지는 미지수다.

최근 성장세가 좋은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 돈이 몰릴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지만 여건이 좋아지면 쏠릴 수 있다.

엔저는 시간이 지나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실망감이 생길 수는 있지만 현재는 기대감이 많은 상황이고 일본 정부도 이를 위해 전례 없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엔저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또 그동안 엔화 하락에 기여한 것 중 하나가 헤지펀드 등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인데 이런 추세가 지속해 외국인 투자자 외에 일본 내 기관 투자가들이 엔화를 들고 나가는 게 본격화하면 엔저가 지속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 수석연구원
오는 7월 29일 일본 참의원 선거 전까지 ?재와 같은 양적완화 기조가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될 경우 엔저가 더 지속할 수 있다.

북한 리스크와 외국인 자금 움직임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올라 상대적으로 충격이 완화되고 있지만 엔저가 훨씬 강도 높게 진행돼 원엔환율이 떨어지고 있다.

결국 원엔은 수출기업 경쟁력에 직접적 영향을 줘 세계 시장에서 한국수출품 경쟁력 약화로 연결되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관련 있다.

엔저가 추가로 강도 높게 진행된 부분에 대해선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예컨대 과도한 엔화 약세가 주변국이나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비슷한 이해관계에 있는 중국이나 독일과 연계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이런 양적완화 통해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각국이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를 위한 추가 조치들을 취할 수 있는 명분을 얻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적으로도 과도한 환율 변동성에 대해 직간접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상재 현대증권 글로벌경제팀 부장
엔화 약세는 장기적인 추세다.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 봐야 한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아베 정부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려면 2∼3년 내로 환율이 120엔대로 올라가야 한다.

일본 정부는 목표치 달성을 위한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100∼105엔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과 일본간 실질금리차가 적어져야 엔화 약세가 더 빨라지는데, 올해 미국 경제가 강력한 출구전략에 나설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100∼105엔대에서 약세가 마무리될 것이다.

미국 경제 회복이 가시화하면 한국 경제가 디커플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2009년 엔저 국면 때 원엔환율이 20% 절상됐지만 우리 수출은 증가했다.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코스피 디커플링이 이어지고 있다.

2분기에는 엔저에 따른 디커플링 압력이 이어질 것이지만, 하반기부터는 미국 경제상황에 따라 판결이 날 것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하면 디커플링에서 벗어나고 회복이 더디면 1년 내내 박스권에 갇힌 장세가 될 것이다.

엔저는 통상 6∼9개월 시차를 두고 수출 물량을 위축시킨다.

아직까지는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2차 엔저가 진행되면 수출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디커플링이 유지될 것이다.

시기상으로 빠르면 4월 늦으면 5∼6월부터 엔저 영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강대국들은 엔저가 내수부양책이지 환율전쟁은 아니라고 언급하고 있다.

현재 환율 전쟁에 동참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독일 등 메이저 국가들인데 그 어느 나라도 나설 의지가 없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일본이 양적완화 정책을 강하게 펼치고 있어 한국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사실인데 유럽은 정책 공조가 된다.

일본에서 돈을 밀어내고 국채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일본의 유동성이 글로벌 유동성을 해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선진국 내에서는 공조가 어느정도 되고 있다는 말이다.

엔 약세가 달러 강세를 만들고는 있지만 이머징 통화 강세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머징 국가에서도 딱히 일본 정책을 반대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머징 통화의 동반 강세로 이어지면 일본 정책에 대해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현재 한국은 원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서 엔저 효과가 강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고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양적완화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정책적으로 대응하려면 1차적으로 북한 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경우 돈을 푸는게 아니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양적완화 효과 노리는 것도 필요하다.

향후 북한 리스크가 사라지면 원화 약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엔저 부담이 커진다.

그러면 자동차, IT 등 일본과 경합도 높은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외국인 유동성 측면에서 일본이 양적완화하고 일본에 대한 기대 높아지면 한국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를 기대보다도 더 크고 과감하게 했고 그 영향이 분명하다.

BOJ 정책이 강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내부적으로 보면 니혼게이자이에서 기업 CEO들 조사한 결과에서도 95∼100엔이 적당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나치게 가파른 약세가 되면 정책 측면에서도 속도조절을 할 수 있다.

세계 투자자의 심리도 중요하다.

기대에 의해서 환율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가 약세로 갈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면 엔화 매도가 지속될 수 있다.

엔화 약세가 미치는 영향은 경로가 많다.

예를 들면 일본 경제가 회복되면 수요도 늘어난다.

또 엔화 약세로 유럽 국채를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면 유럽 재정위기도 완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경쟁력에 타격이 있게 되면 기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게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원화와 엔화가 예전처럼 디커플링은 아니다.

원화도 달러 대비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심각할 수준이 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극도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서울=연합뉴스) fai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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