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매달 두 자릿수 성장…국산은 '밍밍한 맛' 논란속 판매 급감

주세법 개정안 발의
중소업체 진입규제 낮추고 맥아 함량 70% 의무화
수입맥주 '대공세'…김 빠지는 국산맥주

“이번 주말에는 무슨 맥주를 먹을까.”

맞벌이 부부인 송창현 씨(38)와 이정민 씨(36)는 매주 금요일 저녁 퇴근 때 집 근처 대형마트에 들른다. 장을 보면서 빼놓지 않는 것은 부부가 집에서 함께 마실 맥주다. 송씨는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산 맥주를 한 박스씩 샀는데 작년부터는 수입 맥주를 마신다”며 “나라마다 맛이 다르고 또 독특해 수입 맥주를 즐긴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의 위기다. 대형마트에선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대신 외국 맥주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간다. 작년엔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평가를 받는 ‘굴욕’도 당했다.

급기야 맥아함량 70% 이상을 의무화해 맥주 맛을 살리겠다는 법까지 18일 발의됐다. 하이트진로(43,500 +4.69%)와 오비맥주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맥주가 코너로 몰리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나는 수입맥주, 기는 국산맥주

수입맥주 시장의 성장세는 대형마트가 주도하고 있다. 이마트에선 올 들어 매월 수입맥주 판매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20%를 웃돈다. 3월엔 38%까지 치솟았다. 롯데마트 역시 올 1분기 수입맥주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어났다. 국산맥주의 판매 그래프는 정반대다. 롯데마트의 국산 맥주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2%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7일까지 5.2% 줄었다. 대형마트의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말 29.4%에서 지난달 말 32.4%로 상승했다.

대형 마트들은 코너를 늘리고 기존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맥주를 들여오면서 수입맥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독일 맥주 여왕’으로 불리는 바르스타이너 등 새로운 수입맥주를 선보였고, 성수점 등 대형점포 위주로 별도의 수입맥주 존을 설치했다. 롯데마트는 창립 15주년 기념으로 이달 말까지 전점에서 수입 맥주를 최대 2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주당 ‘입맛’의 배신?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류업계에서는 수입맥주의 인기가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자 이제는 소비자 입맛의 변화를 의심하고 있다. 한 주류회사 마케팅 담당 임원은 “한국맥주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회사 제품이 특색 없는 맛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수입맥주가 앞으로 수년간 2000년대 초반 매년 20~30%씩 증가했던 와인과 비슷한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국내 맥주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국산맥주가 외면받고 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맥주의 비중은 총 15% 정도로, 수입맥주는 이 가운데에서도 일부”라며 “전반적인 국산맥주 출고량은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산맥주 출고량은 9372만상자(한 상자는 500㎖×20병)로, 전년 동기(9009만상자)보다 4% 증가했다.

“맛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오해와 편견이 섞인 주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변형섭 오비맥주 홍보담당 이사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매번 수천 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지만, 그때마다 가장 맛있는 맥주로 선택받는 것은 국산 맥주”라고 말했다.

하우스맥주 등을 만드는 중소 맥주제조사 모임인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차보윤 회장은 “‘하이네켄’ ‘버드와이저’처럼 국제적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맥주는 대부분 라거맥주(상면 발효맥주)로, 카스(1,975 -0.50%)나 하이트처럼 청량한 맛이 특징”이라며 “수입맥주를 선호하는 애호가들은 과일향 등이 포함돼 풍미가 깊은 에일맥주(하면 발효맥주)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 회장은 “다만 같은 라거맥주 가운데에서도 국산 맥주가 다소 밍밍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법으로 맥주맛을 개조한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날 발의한 주세법 개정안도 맥주맛 논란과 연관이 있다. “중소 맥주회사의 시장진입 요건을 완화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양강체제를 깨고,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홍 의원)이다. 이를 위해 △소형 제조시설 설치를 허용하고 △현행 72%인 주류세를 중소제조사에 대해 30% 이하로 차등 적용하며 △맥주의 맥아함량을 7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서정록 한국주류산업협회 기획조사팀 이사는 “조세정책은 일관성과 형평성이 유지돼야 하는 만큼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과세를 차별화해서는 안 된다”며 “맥아함량의 경우 하이트진로가 맥아비율이 100%인 ‘프라임’을 2002년 내놓았다가 실패했던 것을 감안하면 맥아함량이 맥주맛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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