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외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한 것은 금융감독원이 “가산금리를 임의로 인상하는 방식으로 외환은행이 거래 기업에서 대출 이자를 과다하게 받았다”며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피해 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인 점에 비춰볼 때 검찰이 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에 동참하기 위해 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압수수색 하필 왜 이 시점에

금감원은 외환은행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출 목표마진율을 올려 잡고,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가산금리를 올리라고 각 영업점에 지시한 것을 문제 삼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2008년 세 차례에 걸쳐 대출 목표마진율을 높였다. 2008년 1월 이전까지 1%였던 대출 목표마진율은 2008년 10월 이후 최고 3.3%까지 상승했다.

외환은행은 이와 함께 각 기업영업본부장과 기업영업점장 등에게 공문을 보내 본부에서 정한 대출 목표마진율보다 가산금리를 낮게 적용한 여신에 대해 1~2개월 내 가산금리를 인상하도록 지시했다. 기간 내 가산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성과평가 때 대출해준 차주 한 건당 2.5점씩을 감점하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영업점 292곳은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3089개 차주(4309개 계좌)의 변동금리 기업대출에 대해 6308회에 걸쳐 가산금리를 컴퓨터로 몰래 인상했다. 이로 얻은 추가 이자 수익은 181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지난 5일 가산금리 부당 인상을 주도한 리처드 웨커 전 행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상당 조치를, 래리 클레인 전 행장에게는 주의 상당 조치를 내렸다. 이자 부당 수취에 관여한 전·현직 임직원 9명도 징계했다.

지난해 1월 과천농협 일부 임직원은 2009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금리를 내려야 하는데도 임의로 가산금리를 평균 1.68%포인트 인상해 44억여원의 이자를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죄 판결이 나온 과천농협 사건과 비슷한 성격”이라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이유를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초긴장

금융권에선 검찰이 이례적으로 고강도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예상보다 빨리 외환은행 압수수색에 나선 데다 수사 폭도 커지고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 초기부터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부당 이득을 봤다는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오자 검찰이 강하게 수사를 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검찰에 검사 결과를 통보하면 사전 조사를 벌이는 시간이 꽤 걸리는데 이번 외환은행 건은 평소보다 빨리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 같다”며 “중소기업을 상대로 불법 행위가 이뤄진 데다 부당 금리 적용 건수가 워낙 많아 검찰이 중대한 사건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농협 사건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며 “본점을 먼저 조사한 뒤 지점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측은 “지난해 말 대출 금리 체계를 개선해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일규/장창민/정소람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