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국내 증시의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은행 예금만으로 자산 증식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자금이 모여들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상품 구색이 다양하지 못하다. 해외 고수익 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위기 이전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해외 주식형펀드 투자가 주로 신흥국의 고성장에 편승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이제 해외 투자는 적정한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가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부사장은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라 앞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해외 자산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된 현금흐름…채권투자 인기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투자 상품은 해외 채권형펀드와 신흥국 국채다. 채권 투자는 현금흐름이 일정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각국 정부가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그에 따른 금리 하락과 채권 가격 상승으로 적잖은 자본차익을 낼 수 있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해외 채권형펀드에는 4조2467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특히 미국 등의 투자부적격 등급 기업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에는 1조1242억원이 모였다. 해외 채권형펀드는 지난 1년간 평균 수익률이 9.17%에 달한다.

브라질, 터키, 멕시코 등 신흥국 국채 직접투자도 자산가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브라질 국채는 최근 헤알화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은 데다 금융종합소득세 과표 기준 변경으로 비과세 혜택이 부각되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터키 멕시코 등 신흥국 국채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해당 국가 통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 다시 봄볕 드나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해외 주식 투자도 늘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가장 쉽게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국 A주 대표 종목 지수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ETF들은 출시된 지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총 3152억원으로 순자산이 불어났다. 미국의 S&P500지수 선물을 추종하는 ‘TIGER S&P500 선물’과 일본 토픽스1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재팬’ 등에도 지난해 말부터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그 외 해외 ETF는 주로 중국, 브라질, 중남미 등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다.

2008년 상반기 이후 환매가 계속돼온 해외 주식형펀드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과거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지난 6개월간(7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13.96%에 달한다.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미국, 홍콩 주식시장에서 직접 종목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아예 해외 선물·옵션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개미들도 증가세다.

◆환율 등 변동성 주의해야

해외 투자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사안은 환율 변동 위험이다. 해외 투자 상품은 한국 원화와 해당국 통화 가치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수익이 더 커지기도, 거꾸로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실 해외 투자에서 환차익은 중요한 수익원 가운데 하나로 간주된다. 전문가들이 “해외 투자 상품은 이자나 배당에 별도 환차익을 거두는 게 아니라 환차익을 기본으로 이자나 배당이 추가로 제공되는 것”이라고 언급하는 이유다.

주요 투자 대상의 위험성도 숙지해야 한다. 신흥국은 선진국 경제보다 성장률, 인플레이션, 환율 등의 변동성이 크다. 하이일드 펀드도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해 한계기업들의 재무여건이 악화되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세제 등도 고려 대상이다. 해외 주식에는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해외 주식형펀드에도 매매차익으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 세금이 부과된다. 브라질 국채의 경우 비과세 혜택이 있지만 채권 구입 시 원금의 6%를 토빈세로 내야 한다. 증권사 등에 내야 하는 수수료도 국내 상품보다 훨씬 높다. 세금을 고려한 실질수익률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