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형' 소형 SUV···"준중형 세단보다 실용성은 좋네!"

지금의 국산차 시장은 다양한 신차를 만나는 즐거움을 찾기 힘들다. 2000만 원을 주고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아반떼, K3, SM3··· 상당수 소비자들이 2000만 원 이내에서 저울질 하다가 결국 고르는 차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싶지만 편의사양을 추가하면 적어도 2500만 원은 지불해야 한다.

그렇다면 좀더 싼 SUV는 없을까?

한국GM이 20일 제주도에서 신차발표회를 가진 '트랙스'는 그래서 반갑다. 가격은 1940만~2280만 원. 시판중인 SUV 중에선 가장 싸다. 2000만 원짜리 SUV를 원했던 이들에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상당수 네티즌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반응이다. 김성수 한국GM 상무는 "각종 첨단 주행 안전장치를 기본으로 갖추고 1940만 원부터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주공항에서 서귀포 휘닉스 아일랜드 리조트까지 총 70km 구간에서 트랙스를 시승했다. 공항에서 처음 마주친 트랙스는 '디자인이 잘 됐다'는 느낌을 줬다. '리틀 캡티바' '아베오 SUV' 등 수식어를 붙이는 이들도 있지만 트랙스는 유럽인이 좋아할만한 '실용적인' 소형 SUV를 지향한다.

실내 공간은 아반떼 급이다. 성인 4명이 앉으면 적당하다. 뒷좌석 시트를 접어서 실내를 넓게 쓸 수 있는 신혼부부나 미혼 남녀가 탄다면 모양새가 좋을 것 같다.
자녀를 두고 있는 기혼자는 주말 여행을 떠날 때 짐칸 활용이 떨어져 조금 작겠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아반떼나 K3 같은 준중형 세단보단 트렁크 공간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트랙스는 배기량 1362cc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20.4kg·m)에 6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아반떼보다 엔진통은 작지만 다운사이징 기술이 들어가 가속감은 준중형 이상이다. 액셀 페달을 밟으면 야무지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1.4 가솔린 엔진이어서 토크 힘은 약하지만 배기량을 감안하면 가속할 때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이 차의 복합 연비는 12.2km/ℓ다. 1.4ℓ 소형차 치곤 좋은 편은 아니다. 시승 코스를 달리면서 리조트까지 순간 연비를 체크했다. 계기판에 찍힌 연비 수치는 ℓ당 8km 조금 못 미쳤다. 일부 해안도로를 달리긴 했지만 시내를 많이 주행한 탓에 연료소비효율은 손해를 봤다.

신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니즈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필요한 차라면 비싸더라도 사기 마련이다. 반면 불필요한 차라면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차로 눈을 돌리게 된다. 트랙스는 분명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신차일 수 있다. 1.4 SUV는 그동안 한국에서 만나볼 수 없었기 때문. 아반떼가 너무 지겹다는 20~30대 젊은 세대라면 트랙스를 타면서 개성을 뽐내보라.


제주=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