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 시기를 2021년에서 2~3년가량 앞당기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데 나로호(KSLV-Ⅰ) 성공으로 분위기와 여건이 성숙한 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계획이 확정되면 이를 차질없이 준비해 나갈 예정입니다.”

나로호 후속으로 위성을 우주로 쏠 수 있는 우리 독자 로켓을 개발하는 사업을 이끄는 박태학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장(58·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로호 발사에 참여했던 인력들이 모두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투입되는 만큼 개발 시기를 앞당기는 데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 단장은 30여년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시스템엔지니어링을 연구했고 나로호 1, 2차 발사 실패 때는 조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2010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이 시작되며 단장을 맡았다.

한국형 발사체는 총 길이 47.5m, 3단 로켓 형태로 1.5t급 실용위성을 600~800㎞ 지구 저궤도 상공에 올려놓는 임무를 맡게 된다. 정부는 최근 개발 시기를 2018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TV토론에 나와 “2025년으로 계획돼 있는 달탐사선을 2020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힌 것과 연관이 있다.

박 단장은 “7t급 액체엔진과 관련해 연소기, 터보펌프 등 주요 구성품에 대한 설계 및 제작을 추진하고 있고 올해 말엔 연소기 및 터보펌프 시험설비까지 구축할 예정”이라며 “2015년 초엔 7t급 액체엔진의 지상연소 시험이 이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개발 과정의 어려움으로는 예산 확보를 꼽았다. 그는 “당초 계획보다 예산이 부족해 개발 수량 조정, 산업체와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조율하고 있다”며 “조기 개발을 위해선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예산,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올해로 사업 4년차를 맞지만 지금까지 배정된 예산은 2200억원으로 당초 계획(3119억원)보다 30% 부족하다. 올해도 150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국회에서 최종 배정한 예산은 460억원 줄어든 1040억원에 그쳤다.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 로켓 전문 인력은 200명에 불과한데 우주 선진국들은 이보다 최소 10배 이상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100명 정도 개발 인력을 늘리려 하는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단장은 나로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발사체 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과 같은 우주개발 강대국과 인접해 있고 최근 북한도 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는 등 주변 국가들이 발사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로켓 개발에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해 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지정학적 위치와 인류의 미래 개발을 위해선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로호 개발 실패와 성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와 국민의 성원이 한국형 발사체 개발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