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오전 9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공항에서 85번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쯤 달리자 붉은색의 선명한 ‘KIA’ 마크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초대형 기업 간판이다. 저녁이 되면 2만5000여개의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일제히 켜지면서 이 일대를 환하게 밝힌다. 전병호 기아차 조지아공장 이사는 “미국에서 교통량이 제일 많은 도로를 따라 공장을 지어 미국인들이 한번쯤 기아차 로고를 볼 수 있도록 했다”며 “외관의 브랜드 노출 효과까지 고려해 치밀하게 설계한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주문 밀려 3교대 24시간 가동

조지아공장의 주소는 ‘웨스트포인트시 기아 파크웨이 7777’이다. 행운의 숫자 7 네 개를 붙인 이유는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되기 위해서다. 기아차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장 자체를 마케팅하는 전략을 세웠다. 근로자들이 좋은 일터에서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구매도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최첨단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직원식당은 3면을 통유리로 만들고 주변에 나무를 심었다. 이 결과 조지아에서 가고 싶은 직장 1순위에 올랐다. 지난해 생산직 800명 공개채용에 2만여명이 지원했다. 이 공장 직원은 모두 3000명이다.

조지아공장 덕분에 기아차는 미국 현지 생산 브랜드로 인식됐고 판매량도 급증했다.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쏘울, 스포티지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보다 14.8% 늘어난 55만7000여대(한국 수출분 포함)를 판매했다. 조지아공장은 주문량을 맞추지 못해 지난해 11월 2교대에서 3교대로 근무체제를 바꿔 24시간 풀 가동 중이다. 연간 생산능력 30만대 규모로 지어진 이 공장은 지난해 35만8520대를 만들었고 올해는 36만대가 목표다. 1시간에 68대, 1분에 1대꼴로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지만 생산하는 족족 차를 실어나르기 때문에 2만대 규모의 야적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도요타 벤츠 BMW도 벤치마킹

조지아공장의 성공 비결은 효율적인 생산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공장은 그동안 시행착오를 개선해 최적의 시스템을 갖췄다. 도장 공장에서 차체를 360도로 회전시켜 도색하는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달리 차체를 염료에 통째로 담갔다 빼는 방식을 사용한다.

물류 시스템은 도요타의 JIT(Just In Time·적기 공급)를 보완해 기아차만의 시스템인 ‘RPCS’를 개발했다. 공항 관제탑 시스템처럼 모든 부품이 적재적소에 최소한의 동선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만들어 재고 보관비용을 줄였다. 오 부장은 “올초 협력업체 대한솔루션 화재 이후 사흘 만에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던 것도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이었다”며 “도요타, 벤츠, BMW도 벤치마킹하러 방문한다”고 전했다.

웨스트포인트=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