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쌍용자동차가 망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집니까. 정치인들이 책임질 겁니까?”

연초부터 국정조사 논란에 휘말린 쌍용자동차의 이유일 사장은 지난 7일 역삼동 서울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가만히 놔두면 잘 할텐데 정치권이 자꾸 쑤셔대면 더 어려워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장은 “정치권이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현대자동차 출신인 그는 2009년 2월부터 2년간 쌍용차 법정관리인을 지낸 뒤 2011년 3월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쌍용차는 2009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조원들이 77일간 공장문을 걸어닫고 ‘옥쇄파업’을 벌인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희망퇴직 1904명, 정리해고 159명, 무급휴직 455명 등), 전직 근로자의 잇따른 자살 등의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다.

○“11만명 고용 유지가 더 중요”

이 사장은 “회사 정규직 4800여명에 판매대리점 직원, 252개 협력사 근로자까지 합치면 11만명이 쌍용차에 의지하고 있다”며 “밖에서 떠드는 사람 30명(국정조사 요구하는 해고자 중 핵심 주동세력)보다는 11만명의 일자리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이 사태에 정치권은 물론 종교단체까지 개입하는 것을 보고 어이없어 한다”며 “쌍용차가 이번에 다시 주인(대주주)을 잃으면 더 이상 주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쌍용차는 1954년 하동환 자동차제작소로 출발, 1977년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꾼 뒤 옛 쌍용그룹에서 마힌드라까지 주인이 7번(은행·법원 포함)이나 바뀌었다.

이 사장은 “금융감독원 조사와 국회 청문회, 법원 판결 등을 통해 구조조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는데도 이를 못 믿겠다고 하면 누굴 믿느냐”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쌍용차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고자가 23명에 이른다는 왜곡된 주장 탓에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는 “자살한 사람 중 해고자는 1명뿐이며 질병이나 가정문제로 자살한 사람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급휴직자 우선적으로 복귀”

이 사장은 구조조정 관련 인력의 복직과 채용 문제에 대해 “무급휴직자 외에 기타 인원은 현재로선 복직 및 재입사시키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쌍용차에서 정리해고된 인원은 2009년 8월6일 체결된 노사합의에 반발, 희망퇴직을 거부한 사람들이다. 합의문은 ‘무급휴직, 영업직 전직, 희망퇴직을 한 경우 향후 경영상태가 호전돼 신규 인력 수요가 발생하면 복귀 또는 채용한다’고 돼있다. 정리해고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 사장은 “상반기 중 무급휴직자를 우선적으로 복귀시킨 뒤 경영여건이 좋아지면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 채용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자금조달에 발목”

이 사장은 “쌍용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외에서 신인도가 떨어져 판매와 해외 투자유치는 물론 은행 자금조달까지 힘들어졌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러시아 브라질 등지에서 투자 유치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발이 묶여 꼼짝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마힌드라도 쌍용차에 대한 추가 투자 결정을 못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힌드라는 한국의 법 절차에 따라 5220억원을 들여 쌍용차를 인수했다”며 “이번 사태로 추가 투자에 대한 이사회의 반대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올해 생산·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난 14만~15만대로 잡았다”며 “연 18만대는 돼야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신차 ‘X100(소형 CUV)’이 나오면 연간 생산량 20만대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쌍용차 평택공장은 연 25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졌지만 일감이 없어 지난해 12만여대를 만드는데 그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