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 수장을 7년 만에 바꾸고, 국내 12개 계열사 중 8개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현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는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신세계는 30일 허인철 경영전략실장(사장)을 이마트 대표로 내정하고, 허 사장 후임에 김해성 신세계인터내셔날(SI) 대표(부사장)를 사장으로 승진·발령하는 등 총 57명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12월1일자로 단행했다.

회장 승진설이 돌던 정용진 총괄대표 부회장은 현 직책을 그대로 맡게 됐다. 구학서 그룹 회장도 회장직을 유지한다. 다만 구 회장은 앞으로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않고 대외 업무만 맡기로 했다.

구 회장에 이어 2006년부터 경영전략실장을 맡아 그룹 살림살이와 신사업을 총괄해온 허 사장은 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이마트 대표로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됐다. 주력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와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라고 신세계는 설명했다. 그동안 신세계 전문경영인 체제의 중심이던 구 회장과 허 사장이 그룹 의사결정 라인에서 빠짐에 따라 정 부회장의 오너경영 체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 부회장과 손발을 맞출 김 신임 경영전략실장은 SI 설립 때부터 대표를 맡아 회사 규모를 7년간 5배 이상 키운 실적을 인정받아 전격 발탁됐다. 기획·영업·마케팅 분야에서 두루 경력을 쌓은 그는 그룹 내에서 ‘신사업 성공 전문가’로 불리고 있으며, 오랜 해외사업 경험으로 글로벌 마인드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신세계는 이번 인사에서 에브리데이리테일 등 신생법인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모두 바꿨다.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이사 교체다. 신세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각종 규제 등으로 어려워진 경영환경을 경영진 교체를 통한 쇄신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실적 부진과 장기적인 성장토대를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문책 성격도 가미돼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와 함께 그룹의 양대 축인 백화점 대표에는 장재영 판매본부장(부사장)이 내정됐다. 백화점의 사업특성에 맞춰 소비 트렌드 변화를 잘 읽을 수 있는 마케팅 전문가를 발탁했다는 평이다. SI 대표에는 최홍성 신세계건설 대표, 신세계푸드 대표에 김성환 백화점 상품본부장(신세계SVN 대표 겸직), 신세계건설 대표에 윤기열 영업총괄 부사장, 신세계사이먼 대표에 강명구 지원담당 상무, 신세계L&B 대표에 김운아 이마트 HMR담당 상무보가 각각 내정됐다. 나이는 대부분 50대 초반으로 젊어졌다.

신세계는 핵심경쟁력 강화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마트는 MD(상품기획)전략본부를 식품본부와 비식품본부 등 2본부 체제로 재편했다. 분야별 전문성과 책임경영 시스템을 강화해 이마트만의 차별화된 상품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백화점과 이마트에 상무급이 총괄하는 CSR 전담조직을 신설했으며, 그룹 차원의 CSR 컨트롤타워 본부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송태형/최만수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