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에서는 고가 유럽산 외제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휘발유값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도로는 넘쳐나는 차들로 늘 정체를 빚었다. 평일 오전에도 백화점은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기준 몽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000달러 수준이지만 실제 소비생활은 최소 8000달러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게 현지 사업가 손영준 씨의 설명이다.

국내 대선 주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반값 등록금’도 몽골에서는 이미 몇 년 전 각종 보조금을 통해 실현됐다. 큰 부담없이 대학을 마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인구 120만명의 울란바토르 시내에만 200여개의 크고 작은 대학들이 있다.

몽골 국민들이 실제 소득보다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포퓰리즘에 기반한 각종 복지정책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보너스 지급이 대표적이다. 2008년 7월 총선 당시 여당과 야당 모두 앞다퉈 공약에 나서면서 몽골 정부는 2008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국민 한 명에게 모두 150만투그릭(1000달러)을 보너스로 지급했다. 몽골 인구가 275만명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지출하는 금액은 28억달러에 이른다.

국민들 호주머니에 현금을 찔러주다 보니 정작 철도나 도로 인프라를 까는 데 쓸 돈이 없다. 몽골의 도로포장률은 4% 수준에 불과하며, 2015년까지 세 단계에 걸쳐 1800㎞의 철도를 깔겠다는 계획도 재원 부족으로 마냥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자원 가격이 상승한 덕분에 확보한 26억달러의 재원도 지난 6월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대부분 탕진했다고 한다.

몽골은 ‘지질학적으로는 축복을, 지리학적으로는 저주를 받은 땅’으로 불린다. 구리와 석탄 등 확인된 매장량 기준 세계 7위의 자원부국이지만, 사면이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어 두 나라에 비싼 통행료를 물지 않고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질좋은 석탄을 30%가량 낮은 값에 중국에 내주고 있다.

두 나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3의 이웃을 통해 자원을 개발하고 판매처를 다변화한다는 게 몽골의 정책 목표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인프라건설 때문에 외국업체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당장 내년 5월에 예정된 대선부터라도 여야간 포퓰리즘 경쟁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리학적 저주’를 푸는 일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이유정 울란바토르/산업부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