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이 소상공인 업종인 빵집을 꼭 해야 하느냐”란 취지로 비판한 뒤 대기업들의 사업 철수가 잇따랐다. 삼성그룹 계열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이 운영하던 베이커리체인 ‘아티제’를,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 장선윤 씨가 설립한 베이커리 ‘포숑’을 매각했다. 지난달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인 ‘베즐리’를 전문업체에 팔기로 결정했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신세계SVN(옛 조선호텔베이커리)의 보유 지분 40%를 회사 측에 전량 매각키로 했다.

‘대기업 빵집’ 논란이 이번에는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작업의 화살이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업으로 과녁을 옮긴 것. 동반성장위는 출범 2주년을 맞는 다음달 13일께 위원회를 열고 서비스 분야의 적합업종을 선정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동반성장위는 지난 7월부터 생활형 서비스 118개 업종을 대상으로 적합업종 선정 신청을 받고 있다.

중소업종 실력부터 키워야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큰 것’과 ‘작은 것’을 편가르는 이분법적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큰 것을 묶어두면 작은 것은 저절로 보호될 것이란 생각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발목을 잡는 데 초점을 두는 ‘하향 정책’은 결과적으로 공멸을 자초한다. 중소기업의 실력을 높여주는 데 전력을 다하는 ‘상향 전략’이 올바른 해법이다.

서비스업의 중기적합업종 선정과정에서 논의가 뜨거운 제과점 업종에서는 동반성장위 사무국 간사와 대한제과협회 사무총장 및 파리크라상·뚜레쥬르 등의 임원들이 참여하는 조정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음식업에 대해선 동반성장위가 실태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지난 3월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동네빵집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점의 3.3㎡당 월 매출이 24만7000원인 데 비해 유명 브랜드 가맹점은 55만9000원으로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자영점주의 90.9%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점포형태를 바꿀 예정(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보고서)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통계청에 따르면 5인 미만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연간 매출이 9800만원으로 자영점 형태 음식점의 7000만원보다 40% 더 많았다. 이는 먹거리 장사에서 프랜차이즈 방식이 개인 자영점 방식보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영업 시장 본질은 실력 대결

만약 제과점업이나 음식업 등이 중기적합업종으로 묶여 프랜차이즈 방식의 진입자제, 확장자제, 사업철수, 사업이양 중 특정 조치를 받는다면 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자칫 가맹본부 지원이 끊어지면 124만명에 달하는 가맹점 종사자들의 상당수는 가만히 앉아서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맹점주와 가맹본부를 혼동해 이들 모두를 대기업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동네빵집은 살리고 바로 앞에 있는 가맹빵집의 손발은 묶어놓자’는 논리는 곤란하다. 동네빵집 주인이나 가맹점주나 개인 자영업자이긴 마찬가지다.

실력있는 동네빵집이라면 가맹점을 오히려 압도할 수 있다. 맛집으로 소문 난 자영 음식점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애당초 따라갈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동네빵집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선 분위기 속에서 정치적 구호가 넘친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한 중기적합업종의 화살이 자칫 엉뚱한 곳을 겨냥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자영업자들을 공멸의 늪에 빠뜨리는 방안이 도출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ㆍ경제학박사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