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고경환 에이엔티홀딩스 사장(31)은 솔깃할 만한 아이디어를 접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흩어져 있는 사진 등을 한데 모아 보기 쉽게 정리하는 서비스를 론칭하는 사업 구상이다. 6개월여에 걸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미국 진출 계획까지 세웠다.

진출 시기를 타진하던 중 중소기업청에서 ‘글로벌 청년창업 활성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서를 냈다. 2009년 창업한 이래 관광, 숙박, 쇼핑, 음식 등 생활과 밀접한 100여개의 앱을 제작한 실적과 새 아이템의 사업 가능성 등 경쟁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프로그램 참가 자격을 획득, 지금은 미국에서 ‘해외 창업 ABC’를 배우고 있다.

고 사장은 “중기청 프로그램 덕분에 첫발을 잘 내디딜 수 있었다”며 “이제 ‘미국 창업이 머지않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창업 ABC 한자리서

이달 2일 미국 실리콘밸리 내 한 강의실. 고 사장을 비롯한 창업 초기기업 관계자 50여명이 수업에 여념이 없다. 창업 초기기업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업체인 ‘린 스타트업 머신’의 강사가 짚어 주는 강의의 핵심을 노트에 빼곡하게 메모하는 것뿐 아니라 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녹음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강의는 핵심 서비스를 빠르게 구현,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고 결과물을 서비스에 적용해 시장에 다시 내놓는 경영 방식인 ‘린 스타트업’이다. 고 사장은 “창업 초기기업이 실전에 바로 응용해 볼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사례 중심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 강의뿐만이 아니다. 미국 창업보육기관 유누들이 제공하는 교육과정은 커뮤니케이션 노하우, 성공 기업 사례 연구, 미국 법 이해 등 미국 창업에 기초가 되는 전 분야를 망라한다. 현지 창업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벤처캐피털(VC)을 비롯한 투자자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는 금쪽 같은 ‘네트워킹 파티’ 기회도 제공된다. 현지 창업보육센터인 플러그앤플레이테크센터의 사이드 아미드 사장(52)은 “세계 어디에서든 기업을 하려면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며 “벤처 인맥이 넘쳐나는 실리콘밸리지만 훌륭한 인맥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건 결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헬로키티 레이디 다이어리’를 내놓고 현지에서 가상현실을 응용한 게임을 개발 중인 장진호 아몬드소프트 사장(37)은 “프로그램 없이 바로 미국에 왔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당황했을 것”이라며 “단계별로 차근차근 준비해 현지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젠 글로벌 창업시대”

이들 창업기업이 연수를 마치고 11월부터는 본격적인 보육 과정에 돌입한다. 연수를 통해 배운 창업 ABC를 각사의 사정에 맞게 전문화, 심화시키는 과정이다.

정부가 이렇게 해외 창업 노하우를 현지에서 갈고 닦는 ‘청년창업 활성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창업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산업, 경영환경, 문화적 차이 등으로 해외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스마트폰 기반 SNS 활성화 등으로 산업 및 무역 환경이 변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다소 완화된 측면도 크다.

오기웅 중소기업청 창업진흥과장은 “한국은 정보기술(IT)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앞서 있어 길만 열어주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외국의 창업환경 및 과정을 집중 코칭해 성공적인 현지창업을 지원함으로써 창업기업들이 글로벌 벤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