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밀봉 위한 고무 링 타 버려..이륙 73초만에 폭발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세 번째 발사가 링 모양의 고무 부품 하나 때문에 연기되자 1986년 1월 28일 이륙 직후 폭발한 미국의 유인 우주왕복선 챌린저(Challenger)호가 새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발사 예정일이었던 26일 오전 나로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로켓 최하단과 발사대를 연결하는 부위(연결포트 CD-2)의 고무 재질 실(seal)이었다.

이 포트의 여러 파이프를 통해 로켓에 연료(등유)나 헬륨을 주입하는데 이 때 기체가 새는 것을 밀봉하기 위해 사용되는 여러 실 가운데 가장 바깥 쪽 것이 찢어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부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헬륨이나 연료를 제대로 채워넣을 수가 없다.

나로호는 헬륨가스 압력으로 밸브 등을 작동한다.

민간인 여교사를 포함해 6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이륙한 뒤 불과 73초만에 공중 분해된 챌린저호의 폭발 원인도 역시 고무 오링(O-ring) 때문이었다.

미국 대통령 직속 조사위원회의 원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챌린저호 양쪽에 하나씩 붙어 있는 고체연료 추진기(부스터)의 고무 오링이 연료 점화와 함께 타 버렸고, 여기에서 새어나온 고온 가스가 중앙 외부연료통과 부스터의 연결 부위를 파손시켰다.

이에 따라 양쪽 부스터의 머리 부분이 외부연료통 상단과 부딪히면서 결국 폭발했다는 설명이다.

압축고무로 만들어진 오링(O-ring)은 고체연료 추진기를 이루는 4개 부위를 조립할 때 결합 부위에 사용됐는데 고온·고압의 가스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번 나로호에서 문제가 된 링 모양의 고무 실과 모양이나 역할이 같은 셈이다.

이 고무 오링은 고체연료 추진기의 온도가 높아지면 함께 늘어나야 하지만 발사 당시 낮은 기온 때문에 적절한 팽창을 위한 탄력을 잃고 결국 타 버렸다.

당시 발사 전날 회의에서 챌린저 설계에 참여한 모턴 티오콜사(社) 일부 연구진이 영상 12도 이하에서 고무 오링의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기했으나, 항공우주국(NASA)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발사 당일 기온은 영하 2도였다.

나로호 개발에 참여한 러시아와 한국 기술진은 지난 26일 오후 늦게부터 문제의 고무 실에 대한 정밀 조사에 들어가 27일 한·러 비행시험위원회(FTC)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두 나라 기술진은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니나, 실 파손 때문에 연결 포트 사이에 틈이 발생했는지 아니면 틈이 먼저 생겨 실이 파손됐는지 추가 분석을 통해 전후 관계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나로호 3차 발사는 일러야 다음달 중순께나 다시 시도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