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가 또다시 연기됐다. 1단 로켓의 터보펌프 등을 가동시키는 헬륨가스가 누출돼 로켓을 조립동으로 다시 가져가 수리에 들어갔다. 나로호는 1, 2차 발사 때도 8차례 발사 일정을 조정 또는 연기하는 등 우주를 향하기까지 여러 차례 수난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2단 로켓, 위성)과 러시아(1단 로켓)가 각자 로켓을 만들어 결합하는 복잡한 방식을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누출 막는 고무마감재가 원인

나로호 3차 발사가 연기된 이유는 헬륨가스 누출 때문이다. 헬륨가스는 압력을 이용해 1단 로켓의 심장에 해당하는 터보펌프를 구동하는 힘을 제공한다. 연소실에 연료를 뿌려주거나 연료탱크의 압력을 조절할 때 밸브를 열고 닫게 되는데 이를 조절하는 힘이 헬륨가스의 압력에서 나온다.

기술진은 로켓 하단의 고무 마감재(실링)가 파손돼 가스가 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부품을 교체하면 돼 수일 내 다시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용접 부위나 배관 등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발사가 장시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발사체의 오른쪽 아래 날개 바로 밑에 있는 ‘커넥팅 디스크’를 통해 헬륨, 연료, 산화제 등을 공급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이 부위가 아니라 배관 등 용접 부위에 문제가 생겼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배관 등 로켓 부품에는 각종 센서가 탑재돼 있는데 특이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배관 이상이라고 볼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로호 9차례 발사 연기 수난

로켓 발사가 지연되는 일은 흔하다. 선진국에서도 1초 전 발사를 중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나로호는 이미 두 차례 발사에 실패한 데다 그간 발사를 자주 연기해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로호는 당초 2002년 개발을 시작해 2005년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1차 발사를 앞두고 준비 부족, 우주기술보호협정 등에 대한 러시아 의회 비준 지연, 부품 조달 문제, 러시아 현지 연소시험 연기, 연소시험 특이 데이터값 발견, 압력측정 소프트웨어 오류 등으로 7차례나 발사를 연기했다. 2010년 6월9일 2차 발사 때는 발사 3시간여를 앞두고 소화장치가 오작동해 발사를 미루기도 했다. 이번에 헬륨가스 누출로 또다시 연기한 것까지 합치면 모두 9차례나 된다.

전문가들은 나로호 개발의 복잡한 구조를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허훈 고려대 제어계측공학과 교수는 “만약 로켓 개발을 한 나라, 한 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했으면 발사 몇 시간을 앞두고 가스 누출과 같은 사고로 발사를 연기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두 나라, 다른 기관에서 진행하다 보니 문제가 자주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단 로켓은 러시아 측에서 만들고 헬륨가스나 연료가스 주입 등은 양국이 공동으로 작업하다 보니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고흥)=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