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내 대학은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기관이 돼선 안 됩니다. 한국 기업들도 인재들이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과 경쟁을 의미하는 ‘코피티션(copetition)’을 가르쳐야 합니다.”

25일 글로벌 인재포럼 마지막 날 첫 번째 세션 중 트랙B ‘사내 대학을 이용한 글로벌 기업의 인재육성법’의 발표를 맡은 로리 베비어 GE크로톤빌 임원개발 리더(부사장)는 “지나친 경쟁 중심 교육은 기업의 핵심가치인 협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GE크로톤빌은 1956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GE의 사내 대학이다. GE의 직원들이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핵심 교육 기관이다. 독일 인도 브라질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5곳에 지사를 두고 임직원 리더십·기업 가치 등을 교육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최광철 SK건설 사장 등 국내 기업 고위 임원들도 이곳에서 교육을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비어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GE크로톤빌처럼 사내 대학을 잘 활용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사내 대학이 갖춰야 할 핵심 요소 3가지를 소개했다. △기업의 핵심가치와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기본 콘텐츠 구축 △인재 간 협업 기회 마련 △창의적인 수업 환경 제공 등이다.

베비어 부사장은 “크로톤빌처럼 차고와 바 등으로 쓰이던 공간을 오픈된 수업공간으로 개조하는 등 창의적인 수업 환경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각자 자기 계발과 선의의 경쟁을 할 기회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베비어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도 구성원들이 목표를 세우고 서로 목표 달성 과정을 도와주되 결과는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할 필요가 있다”며 “타인과 각자의 성과를 비교하며 건전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모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션에 참석한 다른 토론자들은 “국내 사내대학도 인재의 창의적인 역량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정택 삼성전자 공과대 전무는 “삼성도 과거 ‘독하게 일하자’(Work hard)였던 기업 모토를 ‘똑똑하게 일하고, 독하게 생각하자’(Work smart, think hard)로 바꿨다”며 “학위 중심의 딱딱한 교육에서 벗어나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 등 ‘소프트 교육’ 분야로 사내 대학의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과·외식기업 SPC의 사내대학인 SPC식품과학대학의 피재만 전무는 “사내대학 강화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라며 “사내대학 상위 20%는 ‘핵심인재 풀’로 분류해 2주마다 평가·보상을 따로 실시하는 등 인재교육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