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는 인도에서, 피자는 이탈리아에서 먹는 게 제 맛이다. 음식점들은 그런 분위기라도 내려 한다. 인도 분위기가 풍기도록 독특한 실내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누군가 이를 따라한다면 어떨까. 시장에 모양이 독특한 제품을 출시해서 포장만 봐도 어떤 제품인지 구별할 수 있게 되었는데 누군가 비슷한 모양의 제품을 내놓는다면 어떨게 될까. 소비자들도 잘못된 선택을 강요당하고 상당한 투자를 한 기업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런 불공정 경쟁행위를 막기 위해 등장한 것이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의 보호 법리다. 말 그대로 ‘거래의 옷’이다. 기존의 상표(trade mark)가 기호나 문자, 평면적인 도형 등에 한정되었던 것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상품의 외관이나 포장, 서비스 제공 장소의 독특한 인테리어나 전체적인 외관의 이미지를 트레이드 드레스라고 한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삼성과 애플의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에서 바로 삼성이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침해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면서 한국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는 미국의 판례가 모방자로 하여금 배상 책임을 최초로 인정하면서 발전돼 왔다. 현재는 상품의 모양, 색채, 용기의 독특한 외양은 물론이고 소재나 질감, 서비스 제공 장소의 인테리어, 직원들의 유니폼, 심지어 특정한 판매기법까지도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마구잡이로 트레이드 드레스를 보호하지는 않는다. 제품 형상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많이 팔린 결과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보면 바로 제품의 출처를 연상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야 한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용어는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용어만 달리할 뿐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도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 즉 입체상표제도다. 우리 상표법에서도 제품의 형상 또는 상품 포장의 형상 등을 입체 상표로 출원, 등록 받아 보호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특허청에 트레이드 드레스에 해당하는 입체상표나 색채상표 등의 등록출원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정부는 기업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의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국제적 기준을 연구하고 기업은 권리의 확보와 행사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대한민국 드레스’를 지킬 수 있다.

이준석 < 특허청 상표디자인 심사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