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중국 상하이 서북부 푸퉈구 쩐난로에 있는 둥펑위에다기아(기아차 중국합작법인) 대리점. 평일인데도 상담실이 고객들로 꽉 차있었다. 뤼밍(53)씨는 사위의 성화에 못이겨 이 곳을 찾았다. “일본 회사에 다니던 사위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 이후 한국 회사로 옮겼습니다. 일본차를 고르려고 했는데 사위가 절대 사지 말고 기아차를 구입하라고 권유하더군요.”

대리점 사장인 허런저우씨(29)는 “일본과의 영토 분쟁 때문에 자동차 시장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생겼다”며 “분쟁 이전과 비교해 우리 전시장에 와서 차를 보는 고객이 15~18%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량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반면 도요타 등 일본차 판매량은 급감했다.

허 사장은 지난 16일 신차 발표회를 갖고 출시된 준중형세단 K3에 대해 강한 자신감과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고객 반응이 예상 외로 좋다”며 “이전에 신차를 선보였을 때와 비교해 주문량과 구입의사를 표시한 고객 수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기호에 맞춘 가로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보는 사람들을 첫눈에 사로잡는다”며 “같은 급의 차량 중 엔진출력과 연비도 가장 좋아 요즘 중국 고객들이 중시하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호평했다. 중국형으로 재탄생한 K3는 큰 차체를 좋아하는 중국인 기호에 맞춰 한국에서 팔리는 모델보다 전장(길이)과 전고(높이)를 각각 40?, 10? 키워 웅장한 느낌을 줬다.

이날 대리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소남영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최고경영자)는 “K3 출시 전 월 1만대 판매를 예상했는데 고객 호응이 높아 1만5000대까지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만큼 폭스바겐 라비다와 혼다 시빅 등 주요 경쟁차종과 붙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둥펑위에다기아는 K2와 K5에 이어 K3도 인기를 끌면서 올해 판매 목표를 초과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 총경리는 “올 초 46만대 판매 목표를 세웠는데 이런 추세대로라면 48만대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14년 4월 연산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중국 3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1·2공장(44만대)과 합해 연간 생산능력이 74만대로 늘어난다”며 “가동률을 끌어올리면 연 80만~90만대까지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K2처럼 중국에서만 생산·판매하는 전략 차종을 많이 개발할 계획”이라며 “중형차와 소형 및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도 추가로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차 개발 계획도 밝혔다. 소 총경리는 “중국 3공장은 친환경차와 자주브랜드(중국브랜드)를 생산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며 “앞으로 전기차를 개발해 공장이 있는 옌청시에서 시험운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할 자주브랜드는 내년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선보일 예정이다.

상하이=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