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열광하고 있다. 지난주 미래를 걱정하는 미국 기업가들의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했을 때 체감한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외에도 세계를 놀라게 하는 한국의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은 그야말로 ‘한국스타일’의 대표적인 인기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이런 ‘강남 및 한국스타일’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중요하면서도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이끌 수 있는 인기아이템이 하나 더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은 공통적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며 이를 위한 핵심 사업을 파악해내는 통찰력을 갖고 있다. 원자력 전도사로 나선 빌 게이츠뿐 아니라 미국에서 만난 다수의 기업인 역시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미래, 나아가 전 세계 공통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전력과 원자력을 지목했다. 한국의 원자력 산업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미국 방문 기간 샌프란시스코에는 여섯 시간 동안의 정전 사고가, 한국에서는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의 고장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에서 여섯 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한다면 어땠을까? 한두 시간만 정전이 일어나도 당황하는 한국 국민과는 달리, 여섯 시간 정전이 일어난 금문교 인근 지역 주민들은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모습이었다. 불안정한 전기수급으로 인해 정전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자력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안정적 전기 공급의 우수성을 극명히 드러내주는 대목이자 미국 기업가들이 한국의 원자력 산업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시점에 한국 원자력 발전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한수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수원 전체를 쇄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비난은 옳지 않다. 8000명이 넘는 한수원 직원들은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현장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일부 직원의 실수로 이런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돼서는 안 된다.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으로 에너지 안보를 확보, 한국 경제성장의 주춧돌을 형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 더 멋진 삶을 꿈꾼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하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삶에서 전기가 사라진다면 과연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이뤄나갈 수 있을까?

많은 기업가들은 미래를 위한 핵심으로 구글과 원자력을 지목한다. 구글은 정보를, 원자력은 전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전기 공급 없이는 정보의 공유조차 불가능하므로 결국 모든 것은 전기로 귀결된다. 환경을 보호하면서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대안은 결국 원자력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한국의 성공적인 원자력 역사를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당연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한국 원자력의 국제 경쟁력은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장 뛰어난 상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간과하고 있다. 원자력은 미래를 위한 에너지이며, 미래를 위해 우리가 가진 기술과 능력에 대해 믿음과 격려를 보내야 한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많은 미국 기업가들이 왜 한국의 원자력 발전을 칭찬하고 부러워하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특히 대선 후보들은 ‘저렴하며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핵심으로, 에너지 안보를 고려한 뚜렷한 국가 에너지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 모두가 더 나은 삶과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장순흥 < KAIST 교수·원자력공학 shchang@kaist.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