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심문이 내일 처음 열린다. 채권단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아닌 제3자를 법정관리인으로 세우고 알짜인 웅진코웨이 조기 매각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1조2000억원에 웅진코웨이를 팔면 채권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다는 게 채권단의 계산이다. 포인트는 법정관리인을 누구로 선임하느냐다. 2006년 제정된 통합 도산법의 DIP(기존 관리인 유지) 제도는 기존 경영자도 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윤 회장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웅진 측은 지난달 26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전에 의혹을 살 만한 행보를 보인 게 사실이다. 웅진홀딩스가 계열사에 진 빚 530억원을 서둘러 갚고, CP를 발행하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으며, 윤 회장 부인 등이 계열사 주식을 미리 판 것 등이 그렇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을 살리려고 보유주식(4000억원 상당)을 내놓고 백의종군한 끝에 20분기(5년) 연속 흑자로 돌려놓은 박병엽 부회장과 대비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윤 회장 측에 도덕적 해이를 넘어 불법이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가의 마지막 몸부림을 무조건 매도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윤 회장은 외판원으로 출발해 재계 서열 31위인 웅진그룹을 일궈냈다. 윤 회장 없는 조건에서의 회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팬택 역시 박 부회장이 있었기에 살아났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30대 그룹 중 절반인 15개가 부도나거나 해체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준재벌급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큰 경기변동이 있을 때마다 일제히 정리되는 정해진 코스를 밟아왔다.

지금도 그런 분위기다. 결국 글로벌 경쟁을 이겨낸 대재벌이 아니면 파도가 칠 때마다 모조리 죽을 운명에 처해 있다는 식이다. 산업을 지원하는 금융이 산업의 저승사자나 하이에나 노릇을 하게 된다면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채권단이 볼멘소리를 내는 것도 분명 일리가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기업 구조조정 방식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 새로운 재벌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지 않은가 말이다.

웅진 사태 역시 최선의 해법은 기업도 살리고 채권단 역시 대출금을 원활히 회수하는 것이지 파국은 아닐 것이다. ‘웅진=윤석금’이란 등식으로 문제를 치환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기업구조조정 규칙은 채권단과 채무자의 힘의 관계를 정하는 문제다. 웅진만의 문제는 아니다.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