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와 주력 계열사 극동건설이 26일 동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극동건설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돌아온 15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한 데다 극동건설의 부도로 웅진홀딩스까지 연쇄 도산할 우려가 있어 취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사실 지금과 같은 사태는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던 지난 2월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웅진코웨이 매각 작업도 중단됐다. MBK파트너스로부터 받기로 한 매각대금 1조2000억원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웅진이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출발해 30여년 만에 계열사 14개, 매출 6조원의 중견 그룹을 키워낸 윤석금 회장의 신화가 최대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웅진그룹 사태를 보면서 한국 기업생태계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윤 회장은 재벌가도, 명문대 출신도 아닌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지금의 웅진을 이뤄냈다.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신흥 그룹으로 재계 안팎의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웅진그룹 전체가 흔들린다는 건 어쨌든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1990년대 이후 떠오르던 신흥 그룹들이 잇달아 쓰러지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도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어서도 안되겠다. 이는 기업가 개인은 물론이지만 기업 생태계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경영실패는 시장 침체 때문인 경우도 있고 차입을 통한 무리한 사업확장이 원인일 수도 있다. 웅진의 경우 극동건설 인수와 태양광 사업 투자를 하느라 3조원의 빚을 진 것이 발목을 잡았다. 원인이야 어떻든 웅진의 운명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국내외 상황을 감안해 가능한 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실패한 기업가를 벌주고 재기의 기회를 빼앗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채권단의 협조도 필요하다. 사실 채권단이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채권단의 게임 규칙이 바뀌지 않으면 더이상 대그룹의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기업가의 절제심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