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벤틀리 컨티넨탈 GT V8을 시승했다. 첫째 날은 도호쿠 고속도로를 타고 벤틀리 박물관인 ‘와쿠이 뮤지엄’을 거쳐 숙소인 니키클럽까지, 둘째 날은 시와카라 고원까지 가는 급격한 곡선길을 운전했다. 하네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까지 이 차와 함께한 거리는 총 443㎞. 실제 운전한 거리는 100㎞ 정도였지만 벤틀리의 탁월한 성능과 감성 품질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12기통에 버금가는 성능

이 모델은 벤틀리가 새롭게 개발한 트윈 터보차저 방식의 4ℓ V8 엔진을 달았다.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은 유지하도록 만든 혁신적인 모델”이라는 게 팀 매킨리 벤틀리 코리아 사장의 설명이다.

신형 V8 엔진은 벤틀리 고유의 파워풀하면서도 여유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액셀러레이터를 살짝만 밟았는데도 1700rpm에서 최대토크에 도달했다. 넓은 엔진 회전 영역(1700~5000rpm)에서 67.3㎏·m의 토크를 발휘하도록 개발했기 때문이다. 출력은 6000rpm에서 최고 507마력을 뿜어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초 안에 도달할 수 있다. 시동을 걸고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대면 순식간에 계기판이 시속 60~80㎞를 가리킨다. 최고속도는 시속 290㎞. 도로사정상 시속 150㎞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새롭게 개발한 클로즈 레이시오(close-ratio·기어비의 간격이 촘촘한 변속기) 8단 자동 변속기도 만족스러웠다. 낮고 묵직한 배기음은 주행 시 오감을 자극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중후하게 울리는 배기음이 커진다. 벤틀리 엔지니어들이 오랜 연구 끝에 만든 소리라고 한다.

○다운사이징의 결정체

신형 엔진으로 럭셔리 스포츠카에서 포기해야 했던 연비도 개선했다. 국내 공인연비는 ℓ당 7.5㎞. 실제 주행해보니 평균연비가 ℓ당 12㎞ 이상을 유지했다. 비결은 상황에 따라 사용 엔진을 4기통에서 8기통까지 조절할 수 있는 가변 배기량 시스템. 시속 120㎞로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하자 클러스터에 표시된 순간 연비가 ℓ당 40㎞까지 치솟았는데 8기통이 4기통 체제로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벤틀리는 이 과정에서 소음과 진동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엔진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실제 주행 시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요코쿠라 쓰카사 벤틀리 일본 마케팅 매니저는 “12기통 모델보다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줄였다”며 “한 번 주유로 8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어진 벤틀리

이 모델은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탄생했다. 디자인은 가볍고 스포티해졌다. 기존 은색 그릴 대신 광택이 나는 블랙 매트릭스 그릴을 달았다. 레드 에나멜 바탕의 ‘B’ 로고, 전면의 블랙 매트릭스 3단 범퍼는 차체 색상과 확연히 구분돼 개성 있다. 크롬장식의 ‘8자형’ 배기 테일파이프도 독특하다.

20인치 알로이 휠을 기본 장착했고 다이아몬드 블랙, 다이아몬드 실버 피니시 처리된 21인치 6-스포크 디자인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외관 색상은 총 7종, 내장 가죽 컬러는 4종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벤틀리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색상과 소재를 지정해 자신만의 차량을 주문할 수 있다. 차값은 2억3900만원. 선택사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도쿄=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