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도심 한가운데 있는 수봉공원은 공원이 부족한 인천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 시민은 해발 105m의 수봉산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이 녹지공원을 자연의 축복으로 여겨왔다. 지금도 울창한 수풀 속엔 온갖 야생초가 지천이고 인공폭포, 등산로와 약수터 등이 있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이곳은 어린이들이 각종 동식물을 보면서 자연을 경험하는 학습장이고, 어른들에게는 옛날식 놀이기구를 타며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추억의 명소이기도 하다.

수봉공원은 필자와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지금부터 꼭 10년 전인 2003년, 필자가 남구청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을 때 인천시 남구청으로부터 다급한 사건 의뢰를 받았다. 토지 사기꾼들이 국가 소유인 공원 부지를 자신들의 이름으로 소유권 이전등기해 놓고 각종 공원 시설물의 철거와 보상 등을 요구해온 것이다.

수봉공원 부지는 일제시대 일본인 소유로 등기됐지만 해방과 함께 국가에 귀속된 국유재산이다. 그러나 국가 명의로 등기이전이 미처 이뤄지지 않아 그때까지 등기부상에는 일본인 소유로 남아 있었다. 이 틈을 노려 토지 사기꾼들이 이 사람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등기이전하고, 소유권을 행사하려 한 것이었다. 따라서 필자는 토지 사기꾼에 의한 국유재산 편취를 막기 위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제시대부터 등기 명의인은 임OO으로 돼 있었다. 소송에서 사기꾼들은 임OO이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인이고 자신들은 적법한 계약을 통해 수봉공원 부지를 취득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임OO의 호적과 주민등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임OO이 한국인이면 국유재산이 될 수 없고 민간인 소유 부지로 남게 돼 수봉공원은 사기꾼들 손에 넘어갈 수 있게 된다.

필자와 남구청 공무원들은 당시 20여회에 걸친 회의를 했고, 토지사기꾼들이 제출한 임OO의 호적과 주소등록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호적과 주민등록은 관공서의 공부에 편철돼 있었고, 이것이 위조됐다는 것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 위조서류라는 사실을 밝혀내 장장 2년6개월 만에 승리할 수 있었다.

수봉공원은 필자의 지역구에 있기 때문에 주민과 함께 이웃집에 가는 것처럼 자주 찾는다. 그때마다 수봉공원을 주민 품에 돌려준 데 대한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귀속재산의 미등기는 수봉공원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소송을 통한 소유권 다툼이 일어나게 하는 원인이다. 귀속재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한국인의 소유로 파악되면 돌려주고, 아니면 국가에 귀속시키는 등 국유재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위조서류가 공부에 버젓이 편철된 것은 두고두고 유감이다.

홍일표 < 국회의원(새누리당 대변인) 2008hip@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