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베스트셀링카 528i 폭우에 타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입차의 품격'은 그 기준이 꽤 높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10%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수입차는 여전히 가격 측면에서 '한번에 손이 가지 않는 차'다. 준중형 세단은 더 그렇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수입차를 택할 때는 그에 상응할 만한 품격이 따라줄 때다.

BMW 528i는 올 상반기(1~6월) 1929명의 선택을 받은 중형 세단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상반기 수입차 등록대수는 6만2239대. 올해 도로에 뛰어든 수입차 100대 중 3대가 BMW 528i인 셈. 지난해에는 부동의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였다. 그야말로 '수입차의 왕좌'. 이 차의 무엇이 한국 수입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SBS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배우 장동건만큼이나 인기를 끈 배우는 김수로였다. 극중 장동건이 조각같은 외모를 갖고도 '밀당(밀고 당기기)'이란 연애의 기술을 구사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었다면 김수로는 '직구'를 던지는 스타일. 화가 난 애인을 항해 팔을 벌리고 '죽을래? 사랑해! 안겨'를 외칠 때 여심은 흔들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BMW 528i도 비슷하다. 각종 최첨단 신기술을 내세우며 차의 품격을 올리지는 않는다. 대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면 꽤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안정감과 세심하게 배려한 사양장치로 운전자의 마음을 흔든다.

정갈하게 배치된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을 보고 있으면 운전자의 품격까지 높아지는 기분이다. BMW 528i는 운전자에게 '이래도? 사랑해! 타' 라고 외친다.

지난 15일 BMW 528i를 시승했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까지 25km를 달렸다. 늦 여름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장대같은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운전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BMW 528i는 인상적인 운동 능력을 보였다.

가장 도움을 받은 것은 x드라이브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가 주행 중 지형에 자동으로 적응을 할 수 있는 기능.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거나 언덕 길에서 출발할 때, 미끄러운 빗길 주행 때 최대한의 접지력을 발휘한다.

빗길에서 시속 130km 이상 속도를 내봤다. 의외로 경쾌하게 치고 나갔다. 시내에서 경제 속도로 달릴 때는 다소 묵직한 느낌이 들어 폭우 속에서 둔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기우였다.

계기반도 인상적이었다. LCD 창의 색상은 감광에 따라 변했다. 흰색과 주황색 등 2가지 색이 번갈아 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운전자의 시야에 적절한 색을 상황에 맞게 골라주는 느낌이었다. 시내에서는 오토홀드 기능의 도움을 받았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아도 엑셀을 밟기 전까지 멈춰 있는 기능이다.

배기량은 2000cc, 최고 출력은 245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6.3초. 이날 시승에서 측정해 본 연비는 14.3km/ℓ였다. 공인연비(13.3km/ℓ)보다 정확히 1km/ℓ가 높게 나왔다. 가격은 6790만 원이다.

'BMW 마니아'를 자처하는 주변 운전자들은 "(다른 BMW 모델에 비해) 거친 맛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맛'을 원하는 운전자도 있는 법. 감점 요인은 아닌 듯 싶었다.

특히 '친절한' 주차 보조 시스템은 여성이나 초보 운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파킹 어시스턴트'란 기술로 시속 35km로 주행하면서 측면 방향 지시등 주변에 설치된 초음파 센서가 도로 옆이나 옆 차선에 있는 있는 가능한 주차 공간의 길이와 폭을 측정한다. 스티어링휠이 자동으로 작동하며 주차한다.

단점보다 장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차이지만 막상 BMW 528i를 고를 때 망설여지는 점은 사후서비스다. BMW의 사후서비스(AS)는 '악명'이 높기 때문. 자동차 관련 카페에서도 'BMW의 AS 처리에 화가 치민다'는 글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은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 6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수입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비센터 한 곳당 차량 등록 대수는 BMW가 3306대로 두 번째로 많았다.

'BMW 528i의 품격'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AS개선'에 해피엔딩의 여부가 달려있겠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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