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신자는 아니지만, 제빵회사에 몸담고부터 성경에서 눈여겨보는 구절이 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예수를 따르는 군중 5000명을 먹였다는 이른바 ‘오병이어’의 기적 부분이다.

물론 육체적인 굶주림을 해소해 현실적인 포만감을 주었는지, 아니면 정신적인 충만을 의미하는지 빵의 기적이 상징하는 종교적인 혹은 정치적인 의미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성경 속 빵의 기적은 현실과 다른 풍요로운 세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잠시 보여준 것이 아닐런지. 인류 역사에서 가난과 굶주림은 끊이지 않는 문제였다. 지금도 애그플레이션은 빈곤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사람들에게 빵은 생명을 이어주는 양식으로 나눔을 같이 떠올리게 한다.

8년 전 추운 겨울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만든 뉴스가 있었다. 이른바 ‘빵집 천사 아가씨’ 미담이다. 그날 아침 강남역 인도에서 구걸하고 있는 팔다리를 전혀 못쓰는 장애인에게 한 젊은 여성이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빵을 떼어주고 있었다. 이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이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 사진은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려 하루 동안 3000여명이 블로그를 방문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물론 신문 지면에도 실렸다.

당시 그 여성은 파리바게뜨 매장 직원이었고, 회사에서는 따뜻한 나눔을 몸소 실천해 세간에 큰 감동을 준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던 기억이 있다.

제빵회사에는 나눔을 실천하는 데 앞장설 기회가 자주 온다. 먼저 푸드뱅크 사업이 그렇다. 1998년 설립된 푸드뱅크는 식품을 기부받아 독거노인이나 결식아동 등 우리 사회 저소득계층에 식품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지금이야 많은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초창기 푸드뱅크 물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탄생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파리바게뜨는 그날 만들어 그날 파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팔고 남은 빵은 푸드뱅크를 통해 기부했다. 그날 팔고 남은 빵은 당연히 먹을 수 있는 제품이지만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기부한 것이다.

게다가 이맘때면 수해를 입은 지역이 발생하곤 하는데, 구호물품 중 빵만큼 요긴한 것도 없어 보인다. 다른 조리식품도 좋지만 취사할 형편이 안 되는 현장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빵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군경이 투입된 수해 복구 현장에서 인기가 높다.

일단 심각한 피해가 발생해 지원이 결정되면 주야로 전국의 공장생산 라인을 밤새 가동해 빵을 만들고 구호지역으로 보낸다. 때로는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값진 땀을 흘리기도 한다.

요즘은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지난 봄에는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제빵기술을 가르쳐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올가을엔 장애인 제빵사들이 일하는 빵집을 열 계획이다. 60여년 전 빵을 업(業)으로 삼은 이래, 빵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데 방법은 날로 변화·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조상호 < SPC그룹 총괄사장 schcho@sp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