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은 ‘캡티바’다. 자동차에 무관심한 ‘까칠언니’들, 날씨가 덥다고 ‘쭈쭈바’, ‘수박바’ 쯤으로 오해하면 아니아니 아니되오! 캡티바는 한국GM이 작년 4월 출시한 스포츠유틸리차량(SUV)이다.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알 만한 사람만’ 아는 차다.

월 평균 판매대수 300대, 지금까지 4500여대가 팔렸다. 길거리에서 보이지 않으니 빙과류로 오인할 수밖에. ‘GM대우 시절의 윈스톰’이라고 해야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이들은 GM의 ‘작명 센스’가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윈스톰으로 활동할 때는 잘나갔는데 쉐보레로 소속사를 바꾸고 개명한 뒤부터 서러운 무명신세라는 것. 더욱 슬픈 건 사람들이 ‘캡틴바’로 잘못 부를 때다. 친절한 포털사이트는 아예 자동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쨌거나 윈스톰은 이름처럼 폭풍을 일으켰다 바람처럼 사라졌고, 캡티바는 외모 변신을 하고 신인으로 돌아왔다.

성형수술은 성공이다. 디자인은 튀지 않고 얌전하다. 체격은 윈스톰보다 커지고 남성적으로 바뀌었다. 전면그릴과 날렵해진 헤드램프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문제는 과체중. 2.0 디젤 모델의 무게가 1905㎏. 동급 모델과 비교해도 100㎏가량 더 나간다. 덩치에 비해 무겁다보니 안정감은 있지만 가속 때 둔한 느낌이다. 초반 가속이 굼뜨고 시속 120㎞ 이상에서도 느리다.

스티어링휠(운전대)은 여성 운전자가 한손으로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뻑뻑하다. 후진주차하다 진이 빠졌다. 가녀린 팔뚝을 원하는 사람은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다. 키가 165㎝인 기자가 운전석을 높이자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기 불편했다. 5분 이상 운전하니 손목, 발목이 뻐근했다. 캡티바보다 차체가 크고 무거운 쌍용차 렉스턴W와 비교 시승했는데 캡티바의 피로감이 심했다.

장점은 정숙성과 힘이다. 차체 곳곳에 흡음재를 사용해 디젤차인데도 조용했다. 최대토크 40.8kg.m로 언덕길에서 치고 나가는 힘이 좋다. 쉐보레 6단 오토미션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변속감은 나쁘지 않았다. GM의 하이드라매틱 6T45 변속기를 장착, 변속감이 매끄럽고 반응시간도 빨랐다.

다행히 올 들어 캡티바 판매량은 월 470여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기름을 덜 먹는 2.0 디젤 모델을 추가한 덕분이다. 연비는 2륜구동 디젤 모델이 ℓ당 14㎞, 가격은 2553만~2941만원. 착한 가격에 디자인과 성능도 무난한데 인지도가 낮은 게 고민이다. 까칠도사는 광고모델로 ‘캡틴박’ 박지성 선수를 기용할 것을 처방한다. 팡팡!

전예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