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개막한 부산국제모터쇼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7일 하루 동안 17만15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2008년 역대 최대 하루 관람객 16만명을 1만명 넘어선 기록이다. 이런 추세라면 100만 관람객 돌파는 시간 문제다.

성공의 주역은 수입차다.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위기, 일본 대지진 등으로 수입차의 참여가 저조했다. 당시 부산시민단체들은 수입차들이 끝내 불참하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며 모터쇼 참가를 촉구하고, 이들의 참가비와 전시장 임대료를 할인해주자고 주최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수입차 브랜드 14개가 자진 참여했다. 콧대 높은 영국 고급차 벤틀리와 이탈리아 스포츠카 마세라티도 모습을 보였다. BMW, 벤츠, 아우디, 인피니티 등은 가격을 낮춘 신차를 대거 선보였다. 모터쇼를 대하는 태도도 확연히 달라졌다. 참가에 의미를 뒀던 예전과 달리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를 개최하고 부산 시민들을 위한 팬서비스도 준비했다. 폭스바겐은 개막식에 롯데 자이언츠 치어걸까지 초청했고,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은 부산이 배경인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을 소개하면서 “도요타가 부산의 친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수입차가 이토록 ‘열의’를 보인 것은 한국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경남은 수입차의 새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브랜드의 회복, 글로벌 자동차 경기 부활도 한몫했다. 부산모터쇼를 찾은 수입차 업체 임원들은 무엇보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모 부시만 폭스바겐 아·태지역 총괄 책임자, 움베르토 마리아 치니 마세라티 아·태지역 총괄사장, 휴버트 리 벤츠 미국 디자인센터장은 “한국인들은 눈높이가 높아 자동차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판단한다”며 “한국에서 성공해야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 규모가 작지만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게 인정받겠다는 뜻이다. 수입차 CEO들은 구름 관중 틈에 끼어 한국 자동차를 꼼꼼히 살펴보고, 기자에게 장·단점을 묻기도 했다.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부산모터쇼는 시장이 커지는 곳에선 경쟁도 뜨겁다는 평범한 원리를 잘 보여준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다.

전예진 산업부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