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분석 한전-기업 산업용 전기료 갈등 (3·끝) 요금인상만이 해결책인가

학자금 부당 지원 등 국정감사에서 지적돼도 제대로 고쳐지지 않아
발전분야 경쟁체제 도입…용도별 요금제는 폐지를
"한전 자구책 약속만 했지 검증안돼"

산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과연 최선인가’라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 사태 등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 고조되고 있는 지금 기업 부담을 늘리는 게 옳으냐는 지적이다. 한국전력의 적자 문제만 해도 자구 노력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전기요금 인상 전에 용도별 요금제 폐지와 전기위원회의 확대 개편,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용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전 자구 노력부터 제대로 해야

한전은 매년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원가 절감을 위한 자구 노력 계획을 발표해왔다. 2009년 6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6.5% 올릴 때는 총 1조2000억원 규모, 지난해 7월 6.1% 인상 때는 매년 1조원의 원가 절감을 각각 약속했다.

그러나 한전의 자구 노력 이행 약속에 대한 결과가 제대로 공개된 적은 한번도 없다는 게 기업들의 지적이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학자금 부당 지원이나 과도한 판촉비 등의 방만 경영 실태가 적발되고 있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복된 자구 노력 약속은 그동안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며 “요금 인상을 주장하기 전에 자구 노력 실적부터 검증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자구책 약속만 했지 검증안돼"



◆전력산업에 경쟁 체제 도입해야

산업계는 전력산업이 독점 구조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정치적 고려 등으로 전기요금을 결정, 시장 논리가 외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력산업 전문가는 “한전이 투자하면 정부가 연 6%가량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식으로 된 현행 시스템으로는 효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 매출원가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발전 분야만이라도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철강·석유화학·정유·통신 등 기간산업에 경쟁구도가 도입되면서 원가 절감과 기술 개발 노력이 늘어난 것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2001년 한전에서 발전 자회사들을 분리하면서 설립한 전력거래소 등은 경쟁 체제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정부는 전력산업을 경쟁 시장으로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도별 요금제 폐지 등도 필요

산업계에서는 산업용이나 주택용 등으로 나뉘는 현행 용도별 전기요금 체계가 전기요금을 ‘정치요금’으로 변질시키는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농사용 등을 배려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도별 요금체계를 폐지하고 당초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계획했던 전압별 요금제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압별 요금제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전압별로 요금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즉 고압은 송배전 비용이 저압보다 싸게 들어간다. 원가에 비례해 요금을 매기는 것이어서 시장 논리에 더 맞는다는 설명이다.

전기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기위원회는 전기사업 인·허가와 전기요금 조정,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을 맡고 있다. 역할에 비해 하부 조직이 턱없이 부족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전은 조사 시점마다 다른 자체 추정 원가회수율 자료를 근거로 전기요금을 올리려 하고 있다”며 “전기위원회가 전기요금 인상안이 적절한지 제대로 심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위원회 위원에게 실질적인 조사와 심사 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익 목적으로 전기요금의 3.71% 수준으로 부과 징수하는 전력산업 기반기금 중 일부를 한전 적자 메우기에 사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올해 징수 예정인 전력산업 기반기금은 2조1973억원 수준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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