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강의'가 뜬다
지난 8일 서울 서초동의 ‘모임 전문 공간’인 토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 쓸 수 있는 노트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에버노트’ 사용법을 알려주는 강좌가 이곳에서 열렸다.

강사는 스마트워크 분야 전문가인 홍순성 씨였다. 그는 강의 전문 인터넷 사이트 ‘온오프믹스’를 통해 12명의 수강자를 모집했다. 강의료는 3시간 수업에 3만원.

홍씨처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수강자를 직접 모아 강좌를 여는 ‘1인 강의’가 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수강자를 모으고 강의실을 구하는 일이 쉬워져 ‘강의 개설 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강좌 개설은 온오프믹스나 세미나메신저, 세미나에이드 등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 무료로 게재해 알릴 수 있다. 수납 업무까지 대행을 맡기더라도 강의료의 3.5%(은행 이체)에서 5.5%(신용카드)만 내면 된다.

강의실은 토즈, 모임공간엠, 민들레영토, 상상피플 등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해 쉽게 구할 수 있다. 수강자 한 사람당 4000~5000원의 비용을 부담하면 강의실은 물론 노트북과 프로젝터까지 쓸 수 있다. 강좌 개설을 알리고, 수강료 수납 업무를 위탁하고, 강의실을 제공받는 비용이 수강자 한 사람당 5000원 이내인 셈이다.

홍씨처럼 12명의 수강자에게서 3만원씩 받으면 비용을 제하고도 20만원가량의 수입을 챙길 수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얼마든지 ‘1인 강사’로 생활하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홍씨는 “수강자를 모집하고 강의실을 구하는 일이 매우 쉬워 수강인원 12명을 대상으로 시간당 강의료 1만원 정도의 강좌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강좌 개설은 IT뿐만 아니라 어학, 인문학, 예술, 창업 등에서도 많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외교 영어’를 가르쳐주는 ‘잉글리쉬 콘서트’ 강좌를 25번 개설한 김장욱 씨는 10여년 동안 주한 미군사령관의 전속 통역관으로 근무한 영어 달인이다. 전자출판에 관한 강의를 하는 송인아 씨도 ‘1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디자인 프로그램 개발 업체인 어도비의 국제공인 전문가로 서울시와 여성부 등에서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호모 서치엔스의 탄생》 저자 최용석 씨는 책 출판과 함께 직접 강좌를 개설했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인 강의는 IT 분야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졌으나 최근 들어 인문학 등 다른 분야 강좌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며 “다음달까지 온오프믹스에 예약한 유료 강좌 수가 90여개”라고 말했다.

‘1인 강좌’ 개설을 컨설팅해주는 사업을 하는 마이크임팩트스쿨의 한동헌 대표는 “블로그에 글을 남기거나 책을 쓰는 데 그쳤던 전문가들이 요즘은 직접 강의하는 사례가 많다”며 “강의 내용도 귀금속공예, 회계, 영어회화, 소셜미디어, 이미지 메이킹, 스피치, 마케팅, 디자인, IT 트렌드, 창업, 건축 등 다채롭다”고 소개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