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의료비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주는 실손 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노인의료비 보장 사각지대 완화방안’ 보고서에서 노인층이 비용문제로 치료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손 의료보험 가입자 비중은 50세 이전에 50%를 상회하고, 50대 가입자도 45.5%에 달하지만 60세 이후엔 11.8%로 뚝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65세 이상의 실손 의료보험 가입자는 100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사회보장 제도가 노인층의 의료비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까. 국민건강보험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한 의료비는 2008년 기준 노인층 총의료비의 57.5%였다. 나머지 42.5%의 비용은 직접 부담해야 했다는 뜻이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도 노인성 질환자의 약 5%를 보장하는 데 그쳤다.

국민 한 명당 소요되는 생애 의료비는 작년 기준으로 1억4642만원. 이 중 65세 이후 의료비가 9517만원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가장 많은 의료비가 들어간다는 얘기다. 노인들이 평생 스스로 부담해야 할 의료비는 408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국민건강보험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의 보장이 제한적이어서다.

조 연구위원은 “생애주기를 기준으로 할 때 의료비 지출이 노년에 집중돼 있는데도 이 시기의 보험 기능이 가장 취약하다”며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본인 부담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별로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실정을 고려해 소득자 본인과 자녀, 노부모의 통합 위험률을 적용하는 ‘3세대 통합의료비 보장보험’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추세와 노인층의 의료비 지출 증가율을 감안할 때 노인들의 보험료 증가도 불가피하다. 현재 65세 이상 1인당 연간 보험료는 116만원에 불과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