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하이텍 밀봉기, 8년만에 빛 본 사연
최우각 대성하이텍 대표(57·사진)의 ‘호기심 경영’이 중소기업계에서 화제다. 정밀공작기계용 부품과 반제품, 완제품을 생산해 95%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대표 중소 기계부품업체인 이 회사가 음식물 등을 밀폐 보관할 수 있는 간단 밀봉장치인 ‘애니락(Any Lock)’으로 해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성하이텍은 최근 세계 1위의 사료업체인 미국 퓨리나와 애니락 40만 세트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애니락은 비닐과 종이 등 각종 포장 용기를 뜯은 후 내용물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플라스틱 밀봉도구. 최우각 대표는 “금액만 보면 32만달러로 작은 규모지만, 퓨리나 같은 거대 기업이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는 게 큰 의미”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일본과 유럽 등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에 10년 내 100개국에서 70억개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성하이텍 밀봉기, 8년만에 빛 본 사연
정밀공작기계 업체인 대성하이텍이 전공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가정용품 애니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 대표의 호기심 때문.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근무하다 1995년 대성하이텍을 설립, 정밀공작기계 분야에서 입지를 굳혀가던 최 대표는 2002년 한 경영인 모임에서 애니락에 대한 특허기술을 소개받게 된다.

최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발명에 관심이 많았고, 사회진출 후에도 ‘땀 안차는 방석’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면서 “해당 기술에 대해 듣자마자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어 즉석에서 3000만원을 주고 기술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정밀기계제작분야) 출신이다.

그는 2년간 준비해 2004년부터 생산에 들어갔고 현재 25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08년 KOTRA가 선정한 ‘세계인류상품’에도 선정됐지만 비용부담 때문에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미국에서 봇물이 터진 것. 최 대표는 “이전에도 유럽의 로열 캐닌 같은 애완동물 사료업체에서 주문이 오긴 했지만 이번처럼 대량 주문이 들어오기는 처음”이라며 “이를 계기로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98명의 임직원이 정밀공작기계 분야에서 508억원, 애니락부문에서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기존의 주방·레저·애완동물·아기용품 애니락 외에 프리미엄 방수팩(쿨락)과 야외캠핑용 물팩(캐리락)을 더 내놓고 4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