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력난 대처 '혁신' 따라야
한반도의 온난화로 귤, 무화과, 석류의 재배지는 경북까지, 사과의 재배지는 영월까지 북상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른 세상의 변화를 접하면서 그 영향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은 경영자에게 가장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듯 변화하지 않는 종은 도태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상생의 지혜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효율성보다 장기적인 시너지와 시스템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간결한 지혜이기도 하다. 효율성만을 개선시키기보다는 혁신을 통해 창조적 변화를 이뤄야 하는 이유다.

일본의 장수기업 ‘닌텐도’는 지난 120년간 화투에서 시작해 트럼프, 완구, 컬러TV용 게임, 닌텐도DS까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다. 이 기업은 ‘화투를 만든다’가 아니라 ‘재미를 준다’는 기업의 가치에 충실하게 창조적 혁신을 거듭해왔다.

인도 타타그룹은 ‘더 많은 인도 국민이 편안한 삶을 누리고,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사업을 한다’는 모토를 창의적 혁신을 통해 실현시켰다. 자동차와 정수기에 이르는 이른바 초저가 시리즈로 인도 국민의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었다.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싼 약 290만원짜리 자동차인 ‘타타 나노’를 공개하며 인도에 가장 싼 자동차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실현시켰다. 또 인도 시골의 75%가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해 매년 여름이면 콜레라나 집단 설사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2만5000원짜리 초저가 정수기인 ‘타타 스와치’를 출시했다.

그리고 내년 말까지 77만원짜리 안전한 주택을 분양하겠다고 발표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창조적인 시각으로 인도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변화 혁신 사례에서 ‘새로운 시도상’을 수상한 경기 하남시의회도 눈길을 끈다. 하남시 제6대 의회는 야간의회를 마련, 나흘 동안 101명의 시민들이 방청해 의정활동을 직접 지켜보도록 했다고 한다. 공무원 대기 등 행정력 낭비의 문제점도 있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한 점에서 시민사회단체의 호평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본질적인 가치를 충실히 지켜나가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거꾸로 보기를 통해 변화 혁신의 성과를 일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혁신 바람이 불면서 혁신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전시행정으로 호도하기도 하지만, 변화와 혁신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당위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 확보가 절실한 방폐물 관리사업에서도 변화와 혁신은 필수적 과제로 떠올랐다. 국민들의 지지 없이는 방폐물 관리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강도 혁신을 위해 비상경영 50일 체제를 진행중인 것은 그 일환이다.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안전에 대해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존의 고객서비스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닥치면서 다시 전력난 대처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력예비율 확보를 위해 원활한 원전 가동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바로 이 원전의 안정적인 이용을 위해서도 치밀한 방폐물 관리는 필수적이다.

공공기관 혁신은 우리 사회의 신뢰 회복과 공정사회 구현, 지속성장을 위해 반드시 시행돼야 할, 우리 세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선현들의 지혜처럼 진일보한 내일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송명재 < 한국방사성폐기물 관리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