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만 될 생각은 버려라…추운 겨울에도 동백꽃은 핀다"
“반드시 봄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추운 겨울이라도 동백꽃은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노력이 결실을 맺는 시점도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에요. 나중에 때가 되면 피어나고 찾아옵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50)은 대학생들과의 대담 내내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고 되풀이해 강조했다. 지금 잘나가는 대기업이나 직업이 앞으로도 계속 각광을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1989년 입사한 증권사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당시 증권맨은 결혼시장에서 판·검사와 의사만큼이나 인기가 있어 “열쇠 몇 개를 지참해야 증권맨 사위를 얻을 수 있다”는 속설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후 증시 폭락, 증권사 도산 및 퇴출이 잇따르면서 이른바 ‘깡통’을 차는 증권맨들이 속출하자 “가족 중에 증권쟁이 한 사람 있으면 집안 전체가 거덜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최 부회장은 때문에 “지금 안정적인 직장, 대기업이나 금융사를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불안해할 것 없다”며 “사회에 갓 입문할 때 나는 약간의 차이는 인생을 길게놓고 봤을 때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지금의 잣대나 기성세대가 구축해놓은 질서만으로 미래를 예단하면 안된다고도 했다.

"봄꽃만 될 생각은 버려라…추운 겨울에도 동백꽃은 핀다"
▶박영준=과거에 비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대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많이 늘린다고는 하지만 정작 주변을 둘러보면 입사한 친구들이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최현만=투자이론 중에 ‘포트폴리오 이론’이라는 것이 있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죠. 스펙 쌓기도 일종의 포트폴리오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든, 어떤 직종이든 통할 수 있는 나름의 준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정말 좋은 직장인지는 의문이에요. 세간에 ‘신의 직장’이라는 표현도 많이 나오는데, 저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추정현=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을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좋은 직장이고 계속 성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현만=대기업은 시스템대로 움직입니다. 그곳에 가면 지시대로 움직여야 하고 창의력이나 자율성을 발휘하기가 힘듭니다. 이미 정확하게 정해진 매뉴얼이 있고 의사결정은 상명하복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여러분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제가 대기업을 폄하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생각만큼 대기업이 대단한 직장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박영준=그럼 어떤 일자리를 찾으라는 말씀인가요.

▶최현만=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일자리는 많이 있습니다.

▶이홍석=중소기업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정보가 별로 없는 데다 나중에 이직을 할 때도 좋은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최현만=제 사무실에 창업할 때 고객이 선물한 족자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부적세류 무이성강해(不積細流 無以成江海)’라는 말이 쓰여 있습니다. ‘큰 강과 바다도 작은 물줄기가 쌓이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뜻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중소기업이라도 한나라의 발전에 씨앗을 뿌리는 산업이나 업종에 있다면 충분히 미래를 내다보며 청춘을 바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쪽 기회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추정현=중소기업도 천차만별인데, 어떤 기업을 눈여겨봐야 하는 겁니까.

▶최현만=창업을 한 사람들. 중소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열정이 있고 특별한 목표가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열정을 가진 창업 1세대가 5년 이상이 지나서도 계속 경영하고 있다면 좋은 기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작은 기업에 가면 경영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고 경영 노하우와 회사 기술력을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민재=정외과를 나와서 증권회사에 들어가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현만=집사람과 결혼하려고 증권회사에 취업을 했죠.(웃음) 고시에 거듭 낙방하면서 가정을 갖기 위해서는 직장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증권업에서 발전가능성을 봤습니다. 1980년대 들어 한국 수출기업들이 부쩍 성장했거든요. 증권업은 제조업의 발전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민재=증권업계에 오래 몸담으셨는데 미래 유망한 직종은 어떤 게 있습니까.

▶최현만=앞으로 국가의 정책적 역량이 향할 곳. 세상의 흐름이 쏠리는지 여부를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세대별 성별 분포 등과 같은 인구 구조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앞으로 사회에서 창출되는 소비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급속하게 고령화되는 나라라면 바이오와 같은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이라도 이것과 관련된 것이면 좋겠지요. 어학능력도 중요합니다. 저도 영어를 잘 못해서 늘 고민입니다만, 영어를 활용해 정보를 얻거나 네트워크를 축적하는 데 필요한 정도는 합니다.

▶이미경=증권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망이 어떻습니까. 수명이 너무 짧아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최현만=우리나라 증권은 아직 발전 산업입니다. 우리 자본시장은 성숙의 정점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투자 은행이 주력 금융 산업의 지위를 갖지 못했고 주식형펀드 규모도 100조원이 안 됩니다. 아직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입니다.

▶이미경=저희가 부회장님처럼 성공하고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최현만=돈이 있어야 돈을 법니다. 돈도 여러 가지 돈이 있는데 꽃에 비유하면 봄에 피는 꽃도 있고 여름에 피는 꽃도 있고 가을이나 겨울에 피는 꽃도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라도 동백꽃은 피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피는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저도 아주 늦게 핀 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꽃을 피울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를 생각하지 말고 남들이 인정해줄 만한 꽃을 언제 어떻게 피울 것인지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를 벌겠다는 식의 목표를 갖지 마세요. 보다 유니크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추정현=창업을 해서 성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최현만=사람을 좋아해야 합니다. 일반 공산품이나 금융 상품은 누가 만드는 것입니까. 공부를 많이 한 사람? 회사 제품 기획실? 모두 아닙니다. 고객이 만드는 것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만 팔립니다. 예를 들어 금리가 10%가 넘을 때 주식상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안 팔립니다. 그런 모든 것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거죠.

◆ 최현만 부회장은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 창업… 펀드열풍 주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1997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증권을 창업해 국내 대표 증권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국내 펀드열풍을 주도하며 간접투자 시대를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1961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광주고등학교 재학 시절 1년 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동기들보다 1년 늦게 졸업을 해 전남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1989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특유의 근면성과 뛰어난 업무 능력을 인정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직장 생활과 함께 음식점과 서점 운영을 병행하며 세상살이 공부를 했다고 한다. 2006년부터는 이화여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