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여성들의 변신…왕비 중심으로 여성 사회진출 활발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동 여성들에 대해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만 있으며 눈, 코, 입만 내놓고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감싸는 차도르만 입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많다. 이슬람권에서는 아직도 일부다처제가 성행하는 줄 알고, 이 지역 출신 남성들에게 부인이 몇 명이나 되냐고 묻는 경우도 적지 않게 봤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과 같이 종교색이 짙은 국가의 여성들은 여전히 외출 시 차도르를 입어야 한다. 사우디의 경우 여성들에게 운전하는 것조차 금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중동권이라고 해도 국가에 따라 대외 개방이나 여성의 사회 진출 정도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요르단은 왕실 가족부터 보수적인 이웃국가들과는 다르다. 현 국왕인 압둘라 2세는 부친인 후세인 국왕과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에서 교육을 받았다. 서방 지도자들 못지않게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인물이다. 팔레스타인계 출신인 라니아 알 압둘라 왕비 역시 결혼 전 카이로 아메리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이집트의 씨티은행과 암만의 애플컴퓨터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화려한 외모와 세련된 매너,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CNN, BBC 등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요르단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라니아 왕비의 개방적인 성품과 활발한 사회 활동에 대해 일부 보수적인 부족장 그룹에서는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요르단의 젊은 여성들은 고아원, 소외된 여성, 빈곤층을 방문해 격려하며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권리 찾기에 앞장서는 라니아 왕비를 지지하고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꼽는다.

최근 요르단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하원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최초로 지역구 출신 여성의원이 탄생했다. 일종의 비례대표제를 통해 여성 몫으로 배정된 12명의 여성의원이 배출되기도 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장관, 고위공무원, 기업체 중역, 언론계에도 여성들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의사, 약사, 교사, 은행 직원들 중 상당수가 여성이다. 심지어 여성 경찰과 군인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요르단의 최고 명문대학인 요르단대나 요르단과기대에 가보면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다. 아직은 종교적인 영향으로 히잡을 쓴 여성들이 70% 이상이지만, 이들의 사고방식은 다른 중동국에 비해 훨씬 개방적이고 진보적이다.

사막에서 이동생활을 하는 베두인 중에서나 가끔 찾아볼 수 있는 일부다처제가 요르단의 대도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외부 남성이 가정집을 방문했을 때 당당히 안주인이 나와 반겨주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르단 여성들의 변신…왕비 중심으로 여성 사회진출 활발
요르단 수도인 암만에 있는 헬스장에 가보면 소매 없는 간편한 체육복을 입고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바로 옆에서는 히잡을 두르고 온 몸을 감싼 채 상당히 불편해 보이는 의상으로 운동을 하는 여성도 있다. 히잡을 쓴 여성들이 공개된 식당이나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 요르단 여성들의 정체성이 헷갈리기도 한다.

통신 수단의 발달과 해외 방송 시청, 빈번한 인적 교류 등으로 요르단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종전 종교에만 몰입돼 있던 여성층이 점차 얇아지면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곳이 요르단이다.

조기창 < KOTRA 암만 무역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