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포르쉐ㆍ애플ㆍ부가부…'가치포식자'의 성공비결
'감성적,사회적 가치가 기능(function)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젠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려면 제품에 무형의 가치(value)를 담아야 한다. '

마케팅 담당자들은 아이폰 열풍의 뿌리를 기능적으로 월등히 우월한 제품이 아니라 전에 없던 '가치'를 담은 제품의 힘에서 찾는다. 아이폰은 단순한 스마트폰 기능을 넘어 '앱스토어'라는 장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그런 가치를 담은 아이폰에 열광했으며,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있다.

반면 북미 시장에서 리서치인모션(RIM)은 한때 블랙베리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을 알리며 급성장했으나,다른 대다수 휴대폰 메이커들과 마찬가지로 아이폰 등장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애플 외에도 제품에 소비자가 직 · 간접적으로 원하는 가치를 담아 성공 사례를 일군 글로벌 기업들이 적지 않다. 컨설팅 업체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스포츠카 메이커 포르쉐와 반도체 회사 인피니온,유아용품 회사 부가부 등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지속 발전해온 대표적 사례다.

◆가치를 팔아야 소비자가 열광한다

폭스바겐의 대주주로 잘 알려진 포르쉐는 독일 기업 답게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자랑한다. 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자동차 회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포르쉐를 찾는 것은 품질 경쟁력이나 뛰어난 재무적 안정성 때문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성능 때문이라기보다는 포르쉐를 타는 즐거움,만족감에서 기꺼이 돈을 쓴다.

포르쉐 문화를 접하기 위해 상품을 구입한다는 얘기다. 애플 제품을 단순히 상품 외면의 매력이 아니라 앱스토어를 통해 맛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돈을 내고 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회사 인피니온은 규모에서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에 밀리지만 신흥시장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상품을 통해 이머징 마켓에서의 점유율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신흥 시장에선 모바일 기기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의식으로 작용할 수 있고,그만큼 잠재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봤다. 이 회사는 모바일 통신 시장을 신흥국으로 확대한다는 목표아래 철저하게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내놨고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인피니온의 엑스골드 101칩은 지금 가장 저렴한 핸드폰 칩의 기준이 됐다.

소비자 가치를 높이는 제품은 부엌용품이나 유모차 등 단순 제조업에도 통용된다. 프리미엄 유모차를 생산하는 부가부는 젊은 부모들의 내재된 요구에 타깃을 맞췄다. 조작은 쉬우며 기능성을 높인 유모차를 내놓으면서 이 제품을 구매하면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를 위해 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부가부 유모차를 사면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사회적 가치까지 부여한 것이다. 처음에 보잘것 없었던 이 회사는 10년 만에 독일시장 20%를 차지했고 유럽 전체로 연간 7억유로 어치(약 1조453억원)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첨단 기능이 가치를 높이진 않는다

소비자 내면에 자리잡은 무형의 가치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새로운 가치를 담았다고 광고하는 많은 제품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일쑤다. 그럼에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소비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아이폰 출현 이후 많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데서 보듯 새로운 강자에 의해 시장을 뺏기기 십상이다.

소비자 가치를 반영한 제품이 성공하려면 뛰어난 기능성에다 비록 포착하기 힘들지만,지금 소비자가 원하는 감성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접목해야 한다. 클레이튼 크리스틴 미 하버드대 교수는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고객은 물론 잠재적인 고객층까지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교수는 "단순히 빠르고 크고 넓고 편리한 기능만을 추가하는 상품 기획은 기업 간 거래(B2B)에서든,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거래(B2C)든 한물갔다"며 "기술집약적 산업은 물론 단순 조립산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적 혁신이 아니라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롤랜드버거는 "상품 기획자와 개발자들이 기능에 치우친 혁신을 외치다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는 개발자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어떤 기능들이 소비자들에게 상품 가치를 높여주는가""소비자는 이 상품의 가치에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할 것인가""지금 소비자들은 어떤 가치를 공유하고 체험하기를 원하는가. " 제2의 아이폰 열풍을 기대하는 기업과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한 상품을 내놓으려는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테마다.

김수언/전예진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