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74 · 사진)은 요즘 샐러리맨의 새로운 우상이다. 100세 수명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커진 '제2인생'의 모범 답안이기 때문이다. 1961년 공직생활을 시작, 문화체육관광부 차관(1992~1993년)까지 지낸 그는 은퇴 후 15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키웠다. 올 들어서는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성황리에 치렀다. 단국대 석좌교수도 겸직해 내년 초 영상전문대학원을 출범시키는 작업에 '올인'하고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그를 광화문 근처 한 호텔에서 만났다.

"1주일에 하루는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춘천에 가고,3일간은 단국대 석좌교수로 죽전에서 일합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명예위원장 자격으로 올해만 10여차례 해외 출장도 다녀왔습니다. 일상이 좀 여유로워질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작년보다 더 바빠졌습니다. "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지난 1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위촉으로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이 지사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지사직을 상실하자 사표를 제출했는데 바통을 이어받은 최문순 현 도지사가 반려했다. 재단 이사장으로서 큰 행사로 치른 올해 대관령국제음악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것과 맞물려 대성공을 거뒀다.

"정명화 · 정경화 자매에게 공동 예술감독을 맡기니 8회째를 맞은 이 축제가 질과 양적으로 한 단계 도약했습니다. 해외에서 초청한 유명 연주자들이 크게 늘었고 이들이 원주 · 강릉 등 지방도시에서 가진 연주회 횟수도 작년보다 두 배나 많았지요. '마당발' 구삼열 씨(여수엑스포 유엔특별대표 · 정명화 씨 배우자)를 행정감독으로 위촉했더니 협찬금이 작년보다 2억원 늘었습니다. 총 예산이 25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액수지요. "

덕분에 매회 스폰서를 붙인 콘서트를 열어 다양한 계층의 인사를 참여하도록 한 게 성과라고 했다. 내년에는 축제 본부가 있는 알펜시아리조트에 1300석 규모의 뮤직텐트를 완공하고 콘서트홀 음향도 보완해 규모를 더 키울 계획이다.

"단국대 영상전문대학원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육성할 생각입니다. 중앙대 등에 영상대학원들이 여럿 있지만 이들은 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등을 합친 광의의 개념으로 운영됩니다. 저는 한국 영화로 좁혀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낼 것입니다. "

교수진으로는 연출 부문에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을 비롯,곽경택 박기용 김태용 이명세 등 유명 감독을 영입했다. 프로듀서 부문에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심재명 씨를 비롯해 오정완 김미희 이유진 씨 등을 내정했다.

"미국 USC(남캘리포니아대)나 채프먼대 등과 제휴해 교수와 학생들을 상호 교류시키며 워크숍을 해외에서 가질 계획입니다. 교수진이 뛰어나고 해외 연수도 보장된다면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할 수 있을 겁니다. "

제2의 인생을 이처럼 화려하게 이끄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타고난 체력 덕분에 1년에 20회 이상 이코노미클래스를 타고 해외로 다닐 수 있습니다. 한 자리에서 소주 10병과 양주 2병을 거뜬히 마셨지만 일흔 살이 되면서 술을 끊었어요. 좀 더 오래 살기 위해서죠.하하."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