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일자리로 절망하는 세계의 청년.....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구촌 '시한폭탄'
세계의 청년들이 신음하는 근간에는 일자리가 깔려 있다.미래의 희망인 일자리가 없으니 그들의 가슴엔 절망이 자리한다.일자리가 없는 청년은 시한폭탄이다.

사회에 저항적이고 때로는 극렬한 폭력행위로 그들의 절망이 표출된다.국가의 기반도 위태롭게 만든다.

올해초 시위대 유혈진압의 부메랑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물러난 것도 민주화라는 열망도 거셌지만 일자리가 없어 신음하는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 지구촌에 드리운 청년실업 그림자


지구촌에는 청년실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유럽 경제를 지탱한다는 영국 독일 프랑스도 한가한 상황은 아니다.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은 45.7%(7월 기준)다.

일을 하며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이 2명중 한명이 말 그대로 ‘밥값’을 못하는 것이다.유럽 위기의 진앙으로 지목되는 그리스도 38.5%로 경악스런 수치다.

독일도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는다.최근 위기론이 솔솔 불거지는 프랑스는 20%를 웃돈다.

이달초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증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18.1%다.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방황하고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기는 유럽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7%대로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고용의 질을 따져보면 여전히 심각한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아예 취업을 포기한 젊은이,취업이라고 이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변변찮은 일자리 등을 고려하면 수치의 오류가 어떤 것인가 피부로 느껴진다.

중국도 청년 실업으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청년 실업률 통계기준이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지구촌이 일자리가 없어 신음하는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 경기회복이 최우선 관건


전세계 청년 실업이 핫이슈가 된 것은 무엇보다 경기부진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야기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자리가 급감한데다 이후에도 경기회복이 더디면서 젊은층을 흡수할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해졌다.

유럽 국가에선 복지라는 달콤한 유혹에 입맛을 들인 젊은층들의 일할 의욕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도 청년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라는 지적도 많다.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청년 폭동도 ‘복지파티’가 끝나가는 것에 대한 욕구불만이 폭력적이고 기형적으로 폭발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물론 젊은층의 폭동을 복지축소와 100% 연관짓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청년의 책임’이 무엇인가하는 생각를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산업구조의 변화도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신음하게 만드는 또다른 이유다.산업구조가 일자리를 덜 필요로 하는 첨단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소위 ‘일자리 없는 성장’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각 국가들이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우리나라도 유통 금융 등 서비스 분야의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 신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걱정스런 건 세계경제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재정위기 악화로 긴축모드에 들어갈 태세다.

미국 경제는 더블딥(경기 반짝 회복 이후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디폴트(채무불이행) 문턱에서 서성거리는 형국이다.

미국을 비롯한 경제 강국들이 재정적자 축소라는 명분으로 긴축에 나서면 일자리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얼마전 취임한 크리스틴 나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주요 국가들이 긴축에 나서면 안된다”고 호소한 것도 이런 고민이 깔려 있다.

⊙ 비이성적으로 표출되는 욕구


일자리가 없어 아파하는 세계의 청년은 분명 시한폭탄이다.

‘청년은 용서만 받고 용서하지는 못한다’는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분노한 젊은이들의 욕구분출은 그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청년 폭동이 대표적 사례다.

물론 젊은이들의 분노가 일자리때문만은 아니다.빈부격차,인종,종교,세대간 갈등도 빌미가 된다.하지만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은 그들 신음의 근원이 일자리에 있음을 잘 설명한다.세계의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일자리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실업이 모든 행위를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한다.

사회안전망이 무너져 아픔이 크다고 길거리로 뛰쳐나와 남의 상점을 약탈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용서받을 수는 없다.명분이 모든 행위를 합리화시키는 건 아니다.

스스로 더 노력해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청년의 몫이고,이런 청년들에게 합당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위기의 시대엔 자기의 목소리를 낮추고 자기책임은 더해야 한다.그래야 위기가 짧아지고 희망이 가까워진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청년폭동 번질라"... 잠 못드는 유럽

[Cover Story] 일자리로 절망하는 세계의 청년.....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구촌 '시한폭탄'
을 잃은' 젊은이들의 불만으로 가득차 있는 게 현실이다. "(독일 슈피겔) 영국의 폭동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웃 유럽대륙 독일과 프랑스,이탈리아는 대규모 폭동사태의 불씨가 옮겨올까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오랜 경기침체와 재정위기에 따른 긴축으로 유럽 전역이 오랜 긴축을 실시하고 있던 터라 영국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최근 "런던의 폭동사태가 유럽 각국 정부를 각성시키고 있다"며 "유럽 전역에 불만에 가득찬 10대들이 포진해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에서 대규모 폭동이 발생한 원인으로 △경기침체 △빈부격차 △인종 · 종교문제 등이 꼽히는 만큼 유럽 전역이 비슷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유럽 각지에선 이번 영국 폭동에 앞서 크고 작은 청년 폭동이 이어졌다.

독일에선 지난 5월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와 함부르크 샨첸피어텔 등에서 실직 청년들이 주차된 차량에 불을 지르고 은행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라이너 벤트 독일 경찰청장은 "사회 · 문화적 질서가 급속히 와해되면서 이미 범죄의 에너지가 사회 곳곳에 충만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올여름 대규모 긴축반대 시위대가 마드리드 등 주요 도시들을 뒤덮었던 스페인에선 '뜨거운 가을'이 예고돼 있다.

긴축 반대 시위대가 오는 9월25일부터 10월15일까지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