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가 합의한 1인당 2000만원 이상의 성과 · 격려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임금 인상안이 27일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이날 임 · 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여름휴가 이후 곧바로 쟁의행위를 결의하고 쟁의 조정신청을 내기로 했다. 현대 · 기아차 노사협상이 막판 난기류를 만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 △기본급 9만원(5.17%) 인상 △성과 · 격려금 300%+700만원 △자사주 80주 무상지급 등 잠정 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투표를 실시한 결과 47%가 찬성하고 53%가 반대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힙겹게 이끌어낸 사상 최대 규모의 임금인상안이 부결된 것은 금속노조 산하 기아차 지부 현장 조직들의 조직적인 반대투쟁 때문으로 알려졌다. 기노회 전노회 등 현장 조직들은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이 무산됐으며 해고자 복직,사내 하청 정규직화 등의 논의도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급 인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사측은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해고자 복직은 직원 전체를 대표해 노조가 진행하는 임금협상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사내 하청 정규직화도 법원 최종 판결이 아직 남아 있는 안건이어서 임협에서 다뤄질 대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기아차 현장 조직들이 부결을 주장한 진짜 이유는 현 지도부를 흠집 내 9월 말 집행부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노동계 안팎의 관측이다. 경총 관계자는 "사상 최고 수준의 임금인상안에도 불구하고 부결된 것은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현장 조직들이 투쟁성과 선명성을 강조하며 근로자 이익을 도외시한 채 계파 이기주의를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재협상을 통해 추가 임금인상을 얻어낸 적이 있었다"며 "올해에도 이러한 행태가 반복된다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소비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반대표를 던진 노조원들이 늘어난 또 다른 이유는 현대자동차에 앞서 임금협상을 타결할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임 · 단협을 진행중인 현대차가 기아차보다 더 높은 임금 인상을 받아낼 것이란 근거없는 소문이 돌면서 조합원들의 마음이 흔들렸다는 얘기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사가 역대 최단기간인 16일 만에 타결한 임금 인상안이 부결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기아차 노사는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조만간 다시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노사는 8월 초 휴가기간이 끝난 다음 중순부터 재교섭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추가적인 임금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인데다,9월 노조집행부 선거와 맞물리면서 재교섭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편 임 · 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한 현대차 노조는 여름휴가 이후 내달 9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행위를 결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쟁의행위 결의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내고 이후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등 쟁점에 대해 사측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