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예측기관들은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앞으로 5년 동안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500만대 수준이던 전 세계 자동차 판매는 증가세를 지속,2015년에는 1억대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를 극복하고 있는 미국에서 대기 수요가 소비회복으로 이어지고 있고,신흥국 시장에서도 한층 두터워진 중산층이 자동차 구매를 본격화하고 있다. 자동차가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며 판매가 급상승하는 '모터라이제이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1960~70년대,한국은 1980~90년대에 앞서 경험한 자동차 보급확산 흐름이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주요 자동차시장을 보면 글로벌 시장이 장기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모습들이 발견된다. 미국 자동차시장은 상반기 633만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보다 13% 성장했다. 경기회복으로 자동차 구매수요는 호조를 보이는 반면,재고가 낮아지는 등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신차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중국 시장의 자동차 판매는 5월까지 전년 동기에 비해 4.1% 늘어났다. 2009~2010년의 30% 넘는 초고속 성장에 비해 성장세는 둔화됐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정부가 자동차 소비 완급조절에 나선 국면일 뿐,중국인들의 자동차 수요 자체가 위축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유럽지역의 경우 5월까지는 전년 동기보다 0.4% 감소했지만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일부 재정위기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에서는 10% 이상의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밖에 올 상반기 주요 국가의 자동차 시장을 보면 러시아가 60.3%나 몸집을 키웠고 인도(18.7%) 브라질(10.1%) 등도 모두 10% 이상의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업체들과 일본업체들의 명암이 엇갈리는 현상이 뚜렷하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5월과 6월 미국에서 10% 안팎의 시장점유율로 사상 최대 판매행진 중이다. 쏘나타 K5 아반떼 등이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히트 차종이 많아지면서 현대 ·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6월 미국 판매량이 나란히 21%씩 급감하는 등 부진한 양상이다. 대지진으로 인한 생산차질의 영향도 있지만 일본 업체들의 신차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우선 원전위기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본의 국가 브랜드가 타격을 받았다. 도요타 리콜사태에 이어 원전사고로 '완벽한 품질의 일본 제품'이라는 신화가 깨지면서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누려온 후광효과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자동차 기술은 친환경과 지능형의 두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혁신으로 인해 자동차산업은 교체주기가 빨라지면서 수요가 확대되고,브랜드와 내구품질 위주의 기존 경쟁구도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이는 도전자 입장에 있는 국내 회사들에 전반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친환경 기술은 주요국에서 연비와 이산화탄소(CO2) 배출에 대한 장기규제 목표가 제시된 가운데 미국 연비규제의 경우 2016년까지 30%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도요타는 가솔린 엔진보다 하이브리드 기술개발에 집중하며 내연기관에서는 국내업체에 기술적으로 추월당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가 GDI엔진(휘발유를 직접 분사하는 엔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신차 출시 사이클을 고려할 때 GDI엔진 채용에서 현대차보다 최대 5년까지 뒤처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현대차의 쏘나타는 GDI엔진 사용으로 작은 엔진에서도 높은 성능과 연비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이 밖에 국내 업체들은 디자인과 품질보증 정책,신차효과 등으로 해외시장에서 경쟁차종들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지난 상반기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지속했다. 완성차 부품 타이어 등 자동차 생산에 관련된 밸류 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가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경쟁사들의 부진과 기술혁신 방향도 한국 자동차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 시장의 확대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주요 기업들의 설비증설 계획도 시의적절하다.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이 메모리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조선 등에 이어 세계 1위를 향한 또 하나의 신화를 써내려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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