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지난 6월16일 100살 생일을 맞았다. 30년을 버티기 쉽지 않다는 글로벌 기업 생태계에서 숱한 위기를 헤치며 한세기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뉴욕 아몽크에 본사를 둔 IBM은 세계 170개국에서 40만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999억달러(110조원)에 영업이익 148억달러(16조원)를 거둘 만큼 승승장구 중이다.

창업 122년을 맞은 프랑스 타이어 기업 미쉐린 역시 대표적 장수기업으로 꼽힌다.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수익성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모든 기업은 제2,제3의 IBM과 미쉐린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미국 경제잡지 포천에 따르면 1955년 '포천 500대 기업'에 들었던 회사 가운데 1994년에도 그 자리를 지킨 곳은 160개(32%)에 불과했다. 무려 340개(68%) 기업은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아예 망했거나 살아남았더라도 퇴조했다는 얘기다. 국내 상장사의 평균 연령도 대략 35년에 불과하다. 80년 이상 장수 기업은 5개밖에 안된다.

IBM과 미쉐린이 100년 넘게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뭘까.

◆장수하려면'청년 스피드'유지하라

김창봉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장 기업들의 공통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신생 기업 못지않은 스피드"라며 '속도'에 답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글로벌 정상으로 올라선 과정을 들여다보면 빠른 의사결정과 한발 앞선 제품이 큰 역할을 했다"며 "글로벌 장수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예기치 않은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실행력이 IBM을 숱한 위기에서 구하며 승승장구하도록 한 주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피드는 적절한 투자와 사업 철수 판단,효과적인 공급망 관리,실행력 높은 리더십,현장 권한 강화를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전사 차원의 체계적 변화 관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IBM에도 위기가 있었다. 1990년대 초 '늙은 공룡'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주력 사업인 컴퓨터가 원가 경쟁에서 아시아 경쟁사들에 밀리자 1993년 무렵엔 누적적자 규모가 160억달러에 달했다. 생존이 어렵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때 IBM은 컴퓨터 중심이던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모험을 빠른 속도로 추진했다. PC와 스토리지,프린터 사업부를 아예 매각하고 주력 사업을 IT서비스와 컨설팅으로 바꿨다.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앤드쿠퍼스(PwC)도 인수했다.

샘 팔미사노 최고경영자(CEO)는 "IBM이 100년간 세상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빠르고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독려하는 기업문화에 있었다"며 "2011년은 IBM의 또 다른 100년 진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쉐린도 스피드에 강점을 가진 대표적 기업이다. 1993년 완성한 'C3M' 생산방식(유연 모듈러식 타이어 생산방식)은 7단계의 반제품 제조공정을 단일 공정으로 압축해 타이어 제조시간을 85% 줄였다. 설비 비용을 기존 방식의 2분의 1로,노동력 투입과 설비공간,재고 수준은 최대 10분의 1로 줄인 획기적 시스템이다. 그 결과 시장수요 변동에 따라 설비를 비행기에 실어 나를 수 있는 대응력을 확보했다.

◆노화현상 못 막는 기업은 필히 쇠퇴

구글은 젊은 기업의 대명사로 통한다. 직원들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해 빠른 실행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조직을 갖고 있다. 민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자기 주도적이고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뽑는 데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은 물론 기업도 숙명적으로 노화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기업 명운이 뒤바뀐다.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조직 활력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노화가 시작되고 알게모르게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델,도요타 등에 노화현상이 찾아왔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은 기존 시장을 수성하는 데 관심을 갖다가 위기에 봉착한 반면 IBM과 미쉐린,애플,구글 등은 △성공에 대한 열망 △조직 내외부와의 공감 △민첩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존망의 기로에 섰던 미국 포드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조직구조 자체를 재설계한 뒤 실지를 회복하고 있다. 앨런 멀럴리 CEO는 포드의 핵심 문제는 기술력이나 마케팅 역량이 아니라 의사결정 속도라고 판단,모든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의사결정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직을 슬림화했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젊은 기업 구글조차 회사 내 관성화 징후를 발견하고 젊음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실적이 좋을 때 조직 노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