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57)가 3연임에 성공했다.

13일 N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2일 치러진 터키 총선에서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개표율 90% 시점에서 50.6%를 득표해 25.6%를 득표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을 크게 앞섰다.제2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은 13.2%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당별 득표율과 사표 배분을 고려하면 전체 의석 550석 중 정의개발당은 327석을,공화인민당은 136석을,민족주의행동당은 56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NTV 추정대로라면 정의개발당은 현 의회보다 4석 줄어든 의원을 배출하지만 과반을 확보한 거대여당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다만 헌법개정안을 발의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330석(60%)을 확보하지는 못했다.총선을 앞두고 에르도안 총리는 1982년 군부 정권에서 개정된 현행 헌법을 “시민 기본권과 자유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유럽 표준에 맞도록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공화인민당은 현재 의석보다 24석을 늘리게 되지만 정의개발당의 독주 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공화인민당 등 야권은 에르도안 총리의 개헌 약속에 대해 집권당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비판해왔다.

에르도안 총리는 2003년 집권했다.그가 총리직에 오른 뒤 터키 경제는 연평균 5%에 달하는 고성장을 구가하면서 경제규모면에서 세계 16위권으로 성장했다.이번 총선에서 정의개발당이 압승을 거둔 데에는 이런 경제성장과 개발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빠진 나라를 구해내겠다고 약속하고 취임 뒤 실제 이를 달성해 낸 그의 경제운영 능력에 국민 다수가 여전히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유세 기간 에르도안 총리는 2023년에 터키 경제를 세계 10위권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학생 시절 책값을 벌려고 길거리에서 사탕이나 생수를 팔던 빈민가 소년이었다.1994~1998년 이스탄불 시장을 역임한 그는 1998년 한 집회에서 “이슬람 사원은 우리의 병영이며 첨탑은 총검이고 돔은 헬멧이며 신도들은 우리의 병사”라는 내용의 시를 암송해 이슬람 선동 혐의로 4개월 복역한 바 있는 독실한 이슬람 신자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