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보쉬가 한국 울산에 이어 유럽에 SB리모티브의 현지 공장을 지어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했다. SB리모티브는 보쉬와 삼성SDI가 2008년 50%씩 출자해 세웠다.

베른트 보어 보쉬 회장(사진)은 지난 10일 독일 복스베르크의 테스트드라이빙 센터에서 글로벌 미디어 브리핑을 가진 뒤 기자와 만나 "보쉬의 미래는 전기차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디젤과 가솔린 등 내연기관은 연비가 현재보다 30%가량 향상될 것으로 보지만 한계가 있다"며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거쳐 2025년이면 신차 중 절반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어 회장은 "유럽 완성차 브랜드의 전기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2013년 이후 유럽에 SB리모티브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지로 독일과 영국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2015년부터 가동할 예정이고 규모는 지난해 말 완공한 울산공장(3만4000㎡)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공장은 2015년까지 연간 셀 생산능력을 전기차 18만대 분량인 4GWh까지 향상시킬 계획이다.

SB리모티브는 BMW의 i3와 1시리즈,피아트의 500EV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크라이슬러,GM,포드 등으로 구성된 미국 컨소시엄과 840만달러짜리 계약도 맺었다. 보어 회장은 "전기차 기술 개발에 매년 4억유로(64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2013년까지 완성차 브랜드가 진행하는 20개의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보쉬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디젤엔진용 고압펌프인 CP4를 생산한다. CP4는 유럽연합(EU)의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5 기준을 충족시키는 클린디젤엔진의 4세대 핵심부품이다. 보쉬 포이어바흐 공장에 파견근무 중인 전종규 보쉬코리아 부장은 "2013년 가동을 목표로 대전공장에 1개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개 라인에선 연간 50만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한 제품 중 35만개는 현대 · 기아자동차에 납품하고 나머지 15만개는 국내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거나 수출할 계획이다.

복스베르크 · 슈투트가르트(독일)=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