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보다 먹을거리가 많은 전통시장에서 평범한 맛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기는 쉽지 않다. 떡볶이 튀김으로 요기하기는 아쉽고,순대국 감자탕을 먹기에는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까. 안양시 박달1동 박달시장에 있는 '홍두깨 칼국수'를 운영하는 김태덕(52 · 사진 오른쪽) · 최금춘(47 · 왼쪽) 씨 부부는 '시금치 칼국수'와 '웰빙 보리비빔밥' 두 메뉴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3000원인 시금치 칼국수는 시금치즙으로 반죽한 밀가루로 면을 만든다. 국물은 멸치로 우려낸다. 4000원이면 시금치 칼국수에 김치를 얹은 '김치 시금치 칼국수'를 즐길 수 있다.

3500원인 웰빙 보리비빔밥도 가격에 비해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다. 보리와 쌀의 비율을 6 대 4로 섞어 밥을 짓는다. 상추 깻잎 콩나물 무생채 등 6~7가지의 나물에 쇠고기를 갈아 볶은 것을 넣어 만든 양념장을 더한다. 함께 제공하는 얼갈이 된장국도 별미다. 멸치와 얼갈이를 푹 끓여 들깨가루로 맛을 냈다. 김 사장은 "두세 번씩 더 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다"고 귀띔했다.

홍두깨 칼국수는 매일 아침 음식 재료를 준비한다. 김 사장 부부는 아침 10시에 출근해 밀가루 반죽부터 멸치 국물,나물,된장국 등을 조리한다. 김치도 전날 만들어 하루 숙성한 양념으로 매일 아침 버무린다. 입맛 까다로운 주부들이 포장까지 해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홍두깨 칼국수는 요즘 점심시간만 되면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불과 한 달 전부터 생긴 일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후 하루 매출은 1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지금은 하루 20만~30만원으로 매출이 2배 넘게 뛰었다. 지난달 한국경제신문의 자영업지원단 소속 김홍필 연합외식컨설팅 소장이 "20개가 넘는 메뉴를 보리비빔밥과 칼국수 등 두 가지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며 "손님들이 직접 보리밥에 나물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셀프바' 형태로 매장을 꾸밀 것"을 조언한 이후 달라진 것이다.

김 사장 부부는 실제로 점포 앞에 셀프바를 꾸몄다. 밥만 퍼주면 손님들이 원하는 대로 나물을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한 것.문제는 날씨 탓에 나물 맛이 금세 변하는 데 있었다. 매장을 다시 찾은 김 소장은 "상담 내용을 그대로 따른 것이 매출을 키우는 데 주효했다"며 "냉장시설을 갖춘 셀프바를 다시 운영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홍두깨 칼국수는 당분간 메뉴 가격을 지금처럼 저렴하게 유지할 방침이다. 또 원가 부담이 있더라도 지금의 조리법을 고수할 생각이다. 김 사장은 "하루 이틀 장사하다가 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윤보다는 신뢰를 얻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손님들이 부담없이 웰빙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전통시장의 명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